김석동 “한국 금융권도 탐욕 버려라”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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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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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집회 앞둔 금융권 긴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국내 금융권을 향해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리라”고 질책했다. 동아일보DB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국내 금융권을 향해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리라”고 질책했다. 동아일보DB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리는 한국판 ‘월가 점령 시위’를 앞두고 국내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높은 연봉과 과도한 성과급,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이자 격차에서 나오는 수익)에 의존하는 영업 등 국내 금융권도 월가 못지않은 탐욕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한국판 월가 집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권 고배당과 고액 연봉 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금융권 배당 줄이고 본업 충실해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금융권은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며 “억대 연봉에 대해서도 스스로 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위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금융회사는 160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넣어 살린 곳인데, 스스로 잘해서 이익을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실을 모른다면 금융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유럽발 경기침체가 눈앞에 있는데 주주들에게 배당잔치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어려워지면 또 국민에게 지켜달라고 손을 벌릴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민 세금으로 연명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앞으로 예상되는 위기에 대비하는 금융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국판 월가점령 시위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득권층의 탐욕에 대한 시위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일어난 대목에 주목해 한국 금융의 내부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은행들을 겨냥해 “본업을 똑바로 하라”고 경고했다.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도 “건전한 가계대출 구조를 만드는 것은 CEO의 책임”이라며 “이를 못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은행, 예대마진으로 임직원 배 불려”

한국의 금융회사들도 월가의 투자은행처럼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대주주의 고배당과 임원들의 고액 연봉 지급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연합회는 13일 “2008년 직원 5000명 이상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이 5.2%에 달했지만 은행들은 최근 3년간 임금을 동결하거나 반납했다”며 “임금 수준도 작년 4대 시중은행이 평균 5575만 원으로, 시가총액 기준 5대 대기업 평균인 7648만 원의 72.9%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4대 증권사 평균 6831만 원, 3대 생보사 5617만 원보다 적은 수준이라는 것. 예대마진에 대해서는 “국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이 2009년 2.44%에서 올해 2분기 2.08%로 떨어졌다”며 “작년 기준으로 프랑스나 미국, 독일보다 낮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은행은 생산성과 경쟁력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은 편”이라며 “금융권의 역할과 처우에 대해 사회적으로 재합의가 있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집회가 금융권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 금융사 CEO의 천문학적 연봉에 비하면 한국은 턱없이 작은 수준”이라며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에도 잘 버텨온 만큼 무조건적인 비판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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