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플랜트 인력 어디 없소”… 총성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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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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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허덕’ 해외선 ‘제3의 황금기’


#1 올해 초 한 대형건설사와 엔지니어링회사 사이에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건설사의 플랜트사업팀 전체가 엔지니어링업체로 이동한 것. 건설사 측은 10명의 이직 직원을 설득하고 상대 회사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팀 하나를 잃고 말았다. 건설사가 조선·중공업회사의 플랜트 팀을 영입하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중공업계에는 건설사 이직 경계령이 내려졌다.

#2 GS건설은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처음으로 미주지역 대학의 한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공고를 냈다. 화상으로 현지 학생들을 면접하고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친 끝에 5명을 뽑았다.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캐나다에서 3억 달러 규모의 오일샌드 공사를 수주한 GS건설은 본격적으로 미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썼다. 》
국내 건설업계의 인력 구조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에 허덕이는 반면 해외 건설은 ‘제3의 황금기’를 맞으면서 인력 구조도 ‘해외 사업형’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해외 플랜트가 부진에 빠진 건설업계를 먹여 살리는 ‘효자’로 자리 잡으면서 플랜트 인력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 플랜트 전문가라면 60대도 환영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건설사들은 경력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려 플랜트 관련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달부터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형건설사들이 줄줄이 하반기 경력직 모집에 들어갔다. 신입과 경력으로 지난해 420여 명의 플랜트 엔지니어를 뽑은 GS건설은 올해 800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SK건설은 하반기 플랜트 인력만 100여 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대림산업 대우건설처럼 아예 경력 상시 채용을 도입한 곳도 많다.

특히 중견건설사까지 해외에서 살길을 찾아 나서면서 스카우트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몸값을 올려 1년에 두세 차례씩 회사를 옮겨 다니는 ‘철새’ 플랜트 인력도 속출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에서 작년 100여 명의 플랜트 인력이 회사를 나갔을 정도다. 경력직을 데려온 직원에게 100만 원이 넘는 특별성과급을 주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건설사도 생겨났다. 한 중견건설사 인사부장은 “이미 은퇴한 사람을 3, 4년 계약직으로 데려와 쓰고 있다”며 “플랜트 전문가라면 60대도 환영한다”고 귀띔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에 등을 돌리고 안정적인 국내 주택사업에만 몰두한 탓”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해외 건설로 사업구조가 옮겨졌지만 급증한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국내 인력 부족해 외국인 직원 5배 늘려

신입사원 채용에도 이런 변화는 고스란히 반영된다. 과거 건축·토목 관련 학과를 주로 뽑았다면 기계, 화공, 전기 등 플랜트 관련 학과가 주류로 떠올랐다. 대우건설은 신입사원 중 플랜트 관련 학과 전공자가 2005년 15% 남짓에서 올해 상반기 50%로 대폭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감당할 수 없자 해외 인력을 뽑아 쓰는 곳도 늘고 있다. GS건설은 2009년 말 40명이던 외국인 직원이 현재 220명으로 2년 새 5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림산업은 작년보다 2배 늘려 올해 외국인 직원을 100명 정도 뽑을 계획이다.

중동, 동남아 위주에서 벗어나 중남미,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등 신시장 진출이 늘면서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쌍용건설 등 상당수 건설사가 올 들어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러시아어 전공자를 별도로 뽑았다. 이준호 GS건설 인사팀 과장은 “남미시장 개척을 위해 스페인어 가능자,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시장을 위해 프랑스어 가능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올해 해외 수주 전략 구상을 담당하는 ‘글로벌마케팅실’을 새로 만드는 등 해외 건설 전문조직을 속속 신설하고 있다. 김민형 연구위원은 “플랜트 등 다방면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 대학 업계가 공동으로 장기적인 해외건설 인력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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