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멜론공포’ 강건너 불구경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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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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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국제교역 밀물… 유통단계 추적시스템 낙후
수입먹거리 30%만 정밀검사… 예산-인력대책 시급

최근 미국에서 멜론을 먹은 시민이 16명이나 숨지면서 미국 전체가 ‘멜론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는 27일(현지 시간) “이들은 콜로라도 주에서 생산된 멜론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균이 어떻게 멜론에 침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식품 안전성 문제가 잇따르는 가운데 수입식품 의존도가 늘고 있는 한국도 식품사고의 ‘사각지대’는 아니다. 수입 먹거리 대부분은 눈으로 보거나 서류검사로 통관시킨 뒤 소비자들에게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 줄 잇는 식품사고, 원인은 ‘불명’

올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음식 섭취 후 급성질환에 걸려 시민들이 숨지는 충격적 식품안전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5월 독일에서는 채소를 먹은 한 시민이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숨지는 사건이 터졌다. 이후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에서만 같은 이유로 48명이 사망하고 4000여 명이 설사와 신부전증을 앓았다. 늘 먹던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글로벌 농산물 교역이 늘고 유통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원인 규명도, 통제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많은 양의 식자재가 땅과 바다를 건너 최대 수만 km, 수 주 이상씩 이동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를 역추적하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장균 시금치’ 사건은 3명의 사망자와 200명의 감염자를 낳고 6개월이나 진상 조사를 했음에도 결정적 균 유입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2007년에는 햄버거를 먹은 미국 청년이 급성 식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하반신이 마비된 충격적 사건이 있었지만 이 역시 명확한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 식품산업의 구조적 문제

전문가들은 산지에서 길러진 농산물이 산지에서 소비되지 않고 수많은 유통단계와 알 수 없는 가공 과정을 거친 뒤 소비자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현재의 식품산업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멜론 파동, 채소 파동 같은 식품안전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식품 검역검사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해마다 식품 교역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은 늘 부족하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전체가 아닌 일부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만 샘플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먹거리는 30%가량만이 실제 ‘정밀(실험실) 검사’를 받는다. 나머지 70%는 수입업자가 작성해 신고하는 서류에 대한 검사와 관능검사(눈으로 보는 것)만 받는다.

정밀 검사를 받는 먹거리가 30%라고 해도 이는 수입 물량의 30%가 아니라 수입 건수의 30%를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 검사 물량은 훨씬 적다. 예를 들어 한 수입업자가 컨테이너 10개 물량의 사과를 수입했더라도 이는 모두 1건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샘플 검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미국 역시 매년 3억 t에 달하는 식품을 수입하지만 그중 실제 검사 가능한 양은 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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