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질서있는 디폴트로 ‘그리스인 조르바’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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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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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EU 내부서 ‘부작용 최소화 디폴트론’ 급부상

글로벌 재정위기가 3년 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못지않은 심각한 경제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에 대한 ‘질서 있는 디폴트(채무불이행)’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준비된 부도’ ‘부분 디폴트’로도 일컬어지는 ‘질서 있는 디폴트’는 그리스가 대책 없이 일순간에 국가부도를 선언했을 때 피해가 감당할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산소 호흡기로 그리스의 생명을 유지하다 그리스 파산의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한 뒤 그리스를 디폴트 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안이 성공하면 확산되던 유럽 재정위기의 불길을 잡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걸림돌도 많고 위험도 크다. 특히 태생 자체의 약점이 드러난 유로화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리스 디폴트는 또 다른 글로벌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 ‘질서 있는 디폴트’ 방안 부상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 그리스는 이르면 10월 중순, 늦어도 12월에는 디폴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단기채무는 40억 유로(약 6조5000억 원) 수준. 10월 3일 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수석대표가 그리스의 재정긴축 프로그램 이행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리고 1차 구제금융 6차분 지원(80억 유로)을 철회하면 그리스는 당장 10월 중순 자금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12월에는 80억 유로의 채권만기가 돌아온다. EU 회원국들이 85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을 확정하지 않는 한 디폴트를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도 그리스 위기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현재 3280억 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43%인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재정긴축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올해 GDP의 166%로 확대됐다. 채무에 따른 이자비용이 GDP의 6.8%에 이를 정도여서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20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U의 그리스 지원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주요 20개국(G20)은 물론이고 EU 내부에서도 최근 그리스에 ‘질서 있는 디폴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디폴트 도미노’ 우려

‘질서 있는 디폴트’는 통제가 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닥치는 디폴트에 비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기대다.

일순간에 디폴트가 닥치면 그리스의 GDP는 최대 25% 이상 감소하고 채권국인 프랑스는 800억 유로, 독일은 330억 유로의 직접 손실을 보게 된다. 유럽 3, 4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부도위험이 확산되면서 자칫 ‘디폴트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남유럽 국가들에 67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미국 은행들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는 만큼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

이에 반해 ‘질서 있는 디폴트’ 방안이 성공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채권국에 일부 손실이 있더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던 유럽 재정위기가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글로벌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환율 급등과 주식시장 폭락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급등하던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한국을 탈출하던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고 금융시장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상무)는 “질서 있는 디폴트는 이미 오래전에 나온 아이디어”라며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조차 회원국의 이견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회원국의 합의와 조율아래 디폴트를 시행할 만한 유로존에 리더십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질서 있는 디폴트 ::


그리스가 안고 있는 3280억 유로의 채무를 50%에서 최대 70%까지 상각시켜주고 그리스에 새로운 재정긴축과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방안이다. 그 대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4400억 유로에서 2조 유로로 대폭 확충해 그리스 디폴트가 주변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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