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숨기고 싶은 하나…벤츠·렉서스 비교시승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6일 09시 29분


코멘트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준대형차의 성장세가 무섭다. 그동안 국내는 준중형과 중형차 세단의 독무대였다. 준대형차는 ‘성공한 중년의 상징’으로 40대 이상에서 선호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초 젊고 현대적인 감각의 그랜저와 K7이 출시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준대형차의 판매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준중형과 중형차를 순식간에 앞지른 것. 업계는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확대되는 준대형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성능에 갖가지 편의사양을 탑재한 차량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K7 “경쟁상대는 국산 아닌 일본·독일의 프리미엄 세단”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모델은 지난달 출시한 기아자동차 K7 3.3 GDI.
기아차는 기존 2.4 GDI, 3.0 GDI 모델에 고성능 프리미엄급 3.3 GDI를 추가해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기아차는 3.3 GDI를 출시하면서 르노삼성차의 SM7, 한국지엠의 알페온과의 경쟁구도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아차는 국산차와의 경쟁에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 기아차 관계자는 25일 “K7은 동급의 국산차는 물론, 독일차와 일본차를 겨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산차”라며 야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K7은 과연 외국산 프리미엄 준대형차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을까.

최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작지만 재미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4명의 국내 언론사 자동차 전문기자들과 1명의 여성프로레이서(알스타즈레이싱팀 최윤례)가 모여 한국과 일본, 독일의 대표 준대형차를 직접 타보며 비교 시승시간을 가진 것. 이날 시승에는 K7 3.3 GDI, 벤츠 E300, 렉서스 ES350이 동원됐다.
#90개 세부 평가항목에서 K7 높은 점수 받아
시승은 각 운전자가 3대의 차량을 서로 바꿔가며 정해진 코스(직선과 곡선의 약 5km 길이 도로)를 3회씩 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 차량의 시승을 마친 운전자는 디자인, 인테리어, 퍼포먼스, 안전 및 편의사양 등 모두 90개의 평가항목에 각각 점수를 주고 이것을 모두 합산해 최종 성적을 매겼다.

먼저 외부 디자인 평가에서 K7은 E300과 ES350을 제치고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렉서스의 중후한 디자인도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운전자들은 현대적인 감각의 K7이 깔끔하고 세련됐다고 평가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시트, 계기판, 센터페시아, 엔터테인먼트, 편의사양 등을 25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K7은 버튼의 배치와 조작편의성, 인테리어 재질과 촉감 등에서 E300보다 뒤쳐졌지만, 공간과 시트 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계기판의 디자인과 시인성, 오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외부기기와의 연동성 및 활용성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E300은 대시보드가 높고 폭이 좁아 심리적인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ES350은 넓은 공간에 비해 인테리어가 평이해 현대감각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퍼포먼스 “역시 벤츠, K7도 상당히 근접한 수준”
퍼포먼스에서 운전자들은 한 목소리로 “역시 벤츠”라는 평가를 내놨다. 주행 중 소음과 진동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E300은 코너링과 조향성능, 제동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저속에서 고속으로 연결되는 부드러운 가속성능도 경쟁차를 압도했다. ES350은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이 돋보였다. K7은 뛰어난 가속성능과 정확한 핸들링, 정숙성이 장점으로 꼽혔다. K7은 차체 각 부위에 흡·차음재를 보강하고 부품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정숙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프로레이서 최윤례 씨는 “급커브가 많은 코스를 고속으로 운전해보니 ES350은 차체 제어능력이 부족했고 E300은 묵직하고 믿음직스러웠지만 투박한 느낌이었다. K7은 정교한 핸들링으로 커브길을 잘 헤쳐 나갔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성의 입장에서 무거운 벤츠보다는 운전하기 편하고 출력이 높은 K7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전편의사양은 K7이 월등해
대표적인 안전편의사양 20개 평가항목 중 K7은 어댑티브 헤드램프를 제외한 19개 사양을 기본으로 장착해 ES350(10개), E300(13개) 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VDC(차체자세제어장치), MDPS(속도감응형파워스티어링), LDWS(차선이탈경보), TPMS(타이어공기압경보), 액티브헤드레스트 등 첨단 안전시스템을 기본옵션으로 제공해 경쟁차를 앞질렀다. 스마트키를 들고 차량 곁으로 다가가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펴지고, 차에 앉으면 조명이 켜지는 등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적인 측면도 장점으로 꼽혔다.
#렉서스 정숙성, 벤츠 퍼포먼스에서 높은 점수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을 앞세워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ES350은 최근까지 베스트셀링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력은 277마력으로 K7(294마력)보다 낮지만 E300(245마력) 보다는 한수 위다. 최대토크는 35.3kg.m으로 E300(30.1kg.m)보다 높고 K7과 같다. 이번 비교시승에서 ES350은 실내 공간이 넓고 소음이 작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행 중 떨림 현상 역시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E300은 벤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이번 시승에 참가한 엘레강스 모델은 세련되고 우아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비교시승에서는 주행 퍼포먼스에서 경쟁차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어뷰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E300은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고 2996cc V6엔진을 탑재했다.

이번 비교시승에 참가했던 기자들은 “K7의 수준이 벤츠 E300이나 렉서스 ES350과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총평했다.

각 차량의 판매가격은 K7 4070만원, E300 6870만원, ES350 5550만원이다.
#女레이서 최윤례 “K7, 이런 車인지 몰랐어요
키 176cm의 미녀 프로레이서 최윤례 씨(34)는 K7 3.3 GDI를 처음 타본다고 했다. 평소에 속도를 즐기는 그녀의 애마는 BMW X5와 기아차 모닝. 시승행사가 끝난 뒤 다음 차를 고를 때 K7을 고려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OK”이었다.

그녀는 26살에 모터사이클로 처음 프로레이서 세계에 입문했다. 첫 경기는 코리아로드레이스 챔피언십 슈퍼바이크(1000cc 이상) 부문. 이후 현재까지 모터사이클과 자동차경주 국내외 공식대회에 20여회 이상 출전한 베테랑이다. 강원 태백서킷에서 최고속도 300km/h로 달려본 경험이 있다는 그녀는 지난 4일 열린 2011 코리아스피드 페스티벌 포르테쿱전에서 남자 선수들과 겨뤄 당당히 4위를 차지한 실력파.

비교시승이 끝난 뒤 K7을 타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뭐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잘 달리는 차네요. 가속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코너링이 정교했어요. 세단의 안락함과 스포츠카의 날렵함이 잘 조화된 차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 선수는 K7의 주행성능과 넉넉한 힘, 단단한 하체, 세련된 디자인, 다양한 옵션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시동을 걸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가도 가속 시 움직임이 날렵했고 하체가 단단해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실내 공간이 넓은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세 차량 중에서 디자인은 K7이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이에요. 뒷좌석에 카시트를 장착해도 여유가 있을 만큼 공간도 넉넉해 보였어요. 특히 아기와 같이 타거나 짐을 많이 싣는 여성운전자에게도 좋겠어요.”

총평을 부탁했다.
“렉서스는 정숙하고 안락한 교과서 같은 세단이어요. 그러나 서스펜션이 너무 물러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에게는 맞지 않는 느낌이네요. 벤츠는 최고의 동력성능을 보여줬지만 조금 투박하고 무겁다는 생각이구요. K7은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디자인과 주행성능 등 여러 부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국산차가 외국산 명차들과 겨뤄 이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최윤례 씨는 국내 여성 프로레이서 중에서 단연 손꼽히는 선두주자다. 각종 경기에서 속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성 레이서들과 당당히 겨뤄 ‘트랙위의 미쉘위’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말마다 트랙으로 달려간다는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즐기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다보면 어느 날 F1 트랙을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순간 도전하는 삶이 너무 행복해요.”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