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사랑을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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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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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힘들어도 기업 사회공헌은 늘고
재래시장용 상품권 1000억원 훌쩍 넘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추석을 앞둔 이달 초 임직원들에게 전통시장에서 쓸 수있는 ‘온누리 상품권’을 선물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로 증시와 환율이 요동치고 경제전망이 불확실해지며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더 도와야 한다는 뜻에서다. 대기업의 상품권 선물 덕에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한 달간 팔린 온누리상품권은 무려 1000억 원어치로 지난해 전체 판매액(858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이 실적도 좋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펴낸 ‘기업·기업재단의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국내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비용 지출은 전년보다 22.8% 늘어난 2조6517억 원에 달했다.

사회공헌 비용이 해당 기업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1%포인트 늘어난 0.2%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각종 경비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줄이면서도 사회공헌에는 지갑을 활짝 연 것이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들이 왜 이처럼 애써 번 돈을, 그것도 자신들도 어려운 시기에 사회에 돌려주려고 했을까.

사회책임투자 전문 리서치회사 서스틴베스트가 이달 초 국내 상장기업 400곳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이하 ESG) 성과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는 이 같은 질문에 해답을 준다.

ESG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AA등급 기업의 주가수익률은 최근 3년 반(2008년 1월∼올해 6월) 동안 코스피(KOSPI) 200보다 31.2%나 높았다. 반면 ESG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은 코스피 200 수익률보다 28.2% 낮게 나타났다.

즉 친환경적 기술·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사회공헌에 힘쓰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든 회사일수록 우수한 성과를 내고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사회적 가치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필수 투자항목이 됐다.

SK그룹의 경영이념인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는 오늘날 기업에 사회공헌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보여준다. 소비자, 주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가 아닌 일반 사회구성원 사이에 SK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면 이는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매출 감소라는 경영 리스크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매년 소외된 이웃에게 100만 장의 연탄을 전달하는 ‘따뜻한 겨울나기’ 행사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화하는 사회공헌활동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늘면서 사회공헌활동의 범위가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매년 두 차례 대학생 500명씩을 선발해 해외에서 지역복지, 의료, 환경, 요리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을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달 주력사업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공장이 있는 베트남 호찌민 시 인근 동나이 성 지역에 30여 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미소 원정대’를 보내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6월 필리핀 딸락 주 카파스 시의 아이따족 필리안 마을과 자매결연을 했다. 2013년 인근에 댐이 완공되면 수몰될 예정인 이 마을 주민들의 고지대 이주를 돕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상반기까지 개량형 전통주택 60채를 지어줄 계획이다.

이웃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긁어주는 ‘맞춤형’ 사회공헌도 늘었다. 삼성은 사고나 선천적 기형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얼굴기형 환자를 대상으로 2004년부터 ‘밝은 얼굴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에는 삼성서울병원의 우수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LG그룹은 LG복지재단을 통해 발육이 부진한 저신장 아동에게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하는 사업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LG연암재단은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있는 LG상남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항암 치료를 받으며 탈모 등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메이크업 및 모발관리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2008년부터 해오고 있다.

교육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동원그룹은 2007년부터 6세 이하 어린이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 운동을 시작해 최근까지 6만3000여 가정에 64만 권의 책을 나눠줬다.

KT는 100명 규모의 ‘올레 어린이 봉사단’을 꾸려 참가 어린이들에게 매달 한 차례 이상 독거노인 방문 등 사회봉사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출산장려·다문화 정책에 발 맞춰 2009년부터 전국의 세 자녀 이상 다둥이 가족과 다문화가정을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에 초청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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