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제3의 황금기가 왔다” 한국건설, 세계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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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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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황금기를 맞은 해외건설을 제대로 키워 보자.’ 국토해양부와 건설업체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국내 건설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해외 건설시장 집중 육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국토부는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신시장 개척이나 틈새상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해외건설의 성장 토대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제3의 황금기 맞은 해외건설

올 들어 19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총액은 341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521억 달러)에 비하면 65% 수준으로 얼핏 부진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한 원전(186억 달러)과 같은 특수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다면 작년 동기 대비 수주총액은 오히려 6억 달러가 많다. 국토부는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600억 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5년(108억 달러)부터 6년 연속 100억 달러 이상 수주하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건설에서 2년 이상 연속으로 100억 달러 이상 수주한 것은 1차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1981∼1983년과 2차 황금기인 1996∼1997년,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기간도 길거니와 수주금액이 1, 2차 황금기보다 3, 4배 이상 많다는 게 눈길을 끈다. 또 전체 수주액의 90%가량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공사도 플랜트와 발전소 등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해외진출 지원에 소매 걷어붙인 정부

국토부는 이런 호조세를 적극 활용해 ‘2014년까지 수주 1000억 달러 달성,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말에 있었던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포함됐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는 우선 내년부터 전담 조직 및 인력을 대폭 충원하기로 하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끝냈다. 현재 1개 과에 불과한 조직을 2개 과로 늘리고, 인력도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또 중동 이외 국가로 수주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내년 해외건설 예산도 올해보다 3배 이상 늘리기로 하고, 예산 당국과 협의 중이다. 16일에는 중동지역에서 쏟아져 나올 공사 수주를 적극 지원할 ‘중동인프라수주지원센터’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 설립했다. 수주지원센터 설립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철도시설안전공단, 교통연구원, 해외건설협회 등 8개 기관이 참여했다. 해외건설 수주를 위해 국토부를 주축으로 산하 공기관이 대거 가세한 지원조직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부족한 해외건설 인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단기 과정으로 해외건설 관련 인력을 양성 중인 기관 수를 현재의 2개에서 내년에는 3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 정규 교육 과정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현재 5개에서 대폭 늘리기로 하고 지방 대학 등과 관련 학과 신설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양성된 신규 인력이 해외건설 현장에 즉시 투입되도록 업체가 취업과정 수료생을 채용하여 바로 해외건설 현장에 배치할 경우에는 정부가 해외현장 OJT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중견·중소기업들의 해외건설 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건설 전담 금융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도시설계부터 건축, 토목, 건설자재, 정보기술(IT)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국내 기업의 제품 수출이 가능해 해외건설 사업의 백미라 불리는 해외신도시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총괄기구를 조직하고 관련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해외도시 개발 활성화 방안’도 연구 중에 있다.

○활동 반경 넓히는 민간업체들

현대 삼성 GS 등 대형 건설업체들의 최근 해외건설 공략 전략은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는 양상이다. 종합적인 건설 서비스 제공 능력을 키워 중국 등 후발 경쟁국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텃밭인 중동은 굳건히 하되 아프리카와 미주 대륙 진출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종합적인 건설 서비스 능력 제공은 설계부터 시공 자재구매 시설운영 및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대형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대표적으로 지난해 37% 수준이던 엔지니어링과 구매 비중을 올해는 50%로 늘려 잡았고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의 인적교류 및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상사 부문과 연계해 ‘토털 서비스 프로바이더(Total Service Provider)’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전략은 고유가로 자금이 풍성한 중동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지에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사업권을 따내는 데 유리하다. 치열한 입찰 경쟁을 피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지역 다변화 정책은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수주가 집중되면서 높아진 컨트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정치적으로 불안해하거나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발주 국가가 재정난에 빠지면 공사비를 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 전 세계적인 유가 폭락으로 중동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몰리면서 상당수의 국내 건설사가 부도를 맞은 바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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