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 1등급’ SK케미칼 사옥-용산 신계 e편한세상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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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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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있는 곳 찾아 온도-습도 조절
아파트 외벽서 태양광 자체 발전

#1. 현관문이 열리자 계곡에 들어선 듯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전나무 사진이 덧입혀진 12m 높이의 로비 벽을 따라 흐르는 벽천(壁泉)에서 나는 소리였다. 벽천은 여름에는 냉방기, 겨울에는 가습기 역할을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유리로 된 건물 천장이 활짝 열린다. 바깥공기를 이용해 내부온도를 맞추고 환기를 시키기 위해서다. SF영화에 등장하는 건물 같지만 지난해 11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 지어진 최첨단 친환경 건물 ‘에코랩’의 얘기다.

#2.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 자동차가 들어서자 입구부터 점차 환해진다. 그리고 차가 이동할 때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차례로 켜진다. TV CF 장면 같지만 올 2월 입주한 서울 용산구 신계동 ‘신계 e편한세상’ 주차장에서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다. 곳곳에 설치된 150개 동작감지센서가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한 뒤 조명을 작동해 가능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일반 형광등보다 전력 사용량을 30% 줄였고, 매년 700만 원의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냉난방을 작동하고 전기를 켜며,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쓰는 건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절감이 화두가 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낮춰 최근 정부에서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에코랩과 신계 e편한세상에서 그 단면을 볼 수 있다.

여름철마다 냉방수요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지만 에코랩은 오히려 7, 8월 에너지 사용량이 6월보다 줄었다. 직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자 건물 곳곳에 설치된 위치인식센서와 이산화탄소(CO₂) 감지센서가 알아서 빈자리의 전기 사용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평소 이들 장치는 사람을 찾아서 온도와 습도, 환기 등을 자동 조절하고 전기도 공급한다. 컴퓨터를 안 끄고 퇴근했다면 컴퓨터를 꺼주고, 휴일에 출근한 직원이 있는 공간만 전기를 켜주기도 한다. 남광호 SK건설 건축기술팀장은 “생물의 신경조직 같은 제어시스템이 있어 건물에 누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열이나 지열(地熱)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것도 두 건물의 공통점이다. 신계 e편한세상은 아파트 외벽과 옥상에 태양열 집광판 105개를 설치해 연간 2만7000kWh의 전기를 생산해 단지 내 가로등을 밝히는 데 사용한다. 에코랩도 7∼9층 외벽에 태양전지를 심어 하루 50kWh의 전기를 만들어 화장실 전등을 켠다. 또 건물 지하 250m까지 내려간 파이프를 통해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열을 끌어낸 뒤 연구실 냉난방용으로 쓰고 있다.

두 건물의 에너지 손실 절감 기능도 뛰어나다.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해 난방에너지를 40% 절감한 e편한세상은 주민공동시설에 진공유리창 등의 최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이 방식은 해외에서는 상용화에 실패한 것이지만 대림산업이 자체 개발한 기술로 성공했다. 정부의 ‘한국형 그린홈 아이디어 공모’에서 1등으로 채택돼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에도 적용된다. 에코랩은 일반 건물과 달리 냉난방 및 환기시설을 바닥에 설치했다. 바닥에서 냉난방 바람이 나오면 새나가는 에너지가 줄고, 효율도 15% 높아지는 점을 활용한 조치다.

이들 건물은 입주자에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신계 e편한세상은 각 가정에 이전 사용량과 이웃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비교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라는 취지다. 대림산업 기술개발원의 원종서 연구원은 “2025년부터 모든 신축 건물은 ‘제로 에너지’로 지어야 한다”며 “친환경 건물은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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