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떠도는 200조엔 잡아라”… 한국 증권사, 日진출 재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증권업체의 일본 금융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대우증권은 다음 달부터 도쿄지점을 개설하고 일본 기업의 한국증시 상장이나 인수합병(M&A) 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삼성증권이 일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매매거래 서비스 영업을 시작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 내 영업권을 가진 한국 증권사는 현대, 삼성, 대우 등 3곳이지만 최근 다른 증권사들도 일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계 증권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경제성장에 따른 자본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대거 진출했었다. 지사나 사무소를 둔 한국계 증권사가 17개사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조직 통폐합에 따라 한국계 증권사는 대부분 철수했고 10여 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도전장을 던진 것.

한국 증권사가 일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200조 엔에 이르는 개인투자자금 등 풍부한 자본시장 때문이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지금까지 일본의 장기국채에 투자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반면 일본 국채 신뢰도 저하, 은행 실질금리 하락으로 인해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 삼성과 현대증권은 이처럼 투자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수익성 높은 기업과 펀드 상품을 소개해 일본 자금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증권사들은 한국 증시가 세계금융시장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될 경우 일본에서만 연간 3000억∼5000억 엔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기업공개(IPO)나 한일 기업 간 M&A 서비스 등 투자은행(IB)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한국 증권사가 일본에 관심을 갖는 배경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 중에는 상장요건이 까다로운 일본 증시 대신 신속하고 기업가치 평가도 후한 한국 상장을 노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일본의 신뢰가 높지 않아 한국 증권사의 재도전이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이 활발하지만 금융시장은 아직 양국 간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