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은행 가계대출 한도 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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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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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잇따라 금리 올려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모 씨(38)는 최근 대출을 받기 위해 점심시간마다 시중은행 지점을 찾았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박 씨는 “신용대출이 안 된다고 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했더니 새로 집을 사는 경우가 아니면 대출이 어렵다고 하더라”라며 “곧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갚으려면 급전이 필요한데 앞이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한도를 이달에도 넘어서거나 한도에 근접하자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조여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힘들어졌다. 자금 수요가 많은 월말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계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5일 현재 64조2814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4270억 원(0.7%) 증가해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0.6%를 넘어섰다. 농협도 17일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 우리은행도 0.6% 증가해 한도에 걸렸고 하나은행도 0.5% 늘어 가이드라인에 바짝 다가섰다. 그나마 국민은행은 0.4% 증가해 한도가 1600억 원가량 남았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이미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대출 수요가 줄어 인위적으로 대출을 막지 않고도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9일부터 일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고 신한은행은 22일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또 우대금리를 주는 특판 대출, 다른 은행의 고객을 싼 이자로 끌어오는 대환대출 등에서는 손을 떼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이 다음 달에도 가계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전세난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다시 가이드라인을 웃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증가율은 9.0%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돈 구하기가 막막해진 서민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6.1%로 시중은행 5.9%의 세 배에 이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신규 아파트 중도금 대출 같은 집단대출 등도 갑자기 급증할 수 있다”며 “실수요 대출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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