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의사 표명한 김쌍수 한전 사장… 상장 공기업 통제에 불만 토로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전기료 인상 미루다 한전 적자 수렁… 주주소송 지면 정부에 소송”

“한국전력은 상장된 회사다. 외국인 주주의 주식 보유량도 24%나 된다. 엄연한 주식회사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기업이니까 적자가 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전기요금 현실화(인상)를 미루다 생긴 적자가 수조 원이다. 주주들이 들고일어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소액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뒤 18일 사퇴 의사를 밝힌 김쌍수 한전 사장(사진)이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원가 이하(원가의 90.3%)인 전기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지 않고서는 한전의 적자 탈피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한전이 주식회사임을 잊지 말고 경영 독립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 사장은 전기료 인상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주들과의 소송이) 최악으로 흐를 경우 (내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전의 소액주주 14명은 5일 “김 사장이 적극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아 지난 3년간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에 머물렀다”며 “2조8000억 원의 회사 손실을 보상하라”고 김 사장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본보 20일자 A12면 참조
A12면 퇴임 1주 남았다, 한전 김쌍수 사장 2조8000억 손배소 당했다


이날 김 사장은 “주주들로부터 피소된 마당에 식물사장이 된 거나 다름없어 사표를 냈다”며 “그동안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공기업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가 피소로 이어져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물가 인상을 걱정하는) 당국(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며 “상장한 기업은 공기업이라도 일반 기관처럼 운영해서는 안 되는데 과연 언제까지 이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전은 (정부가 51%의 지분을 가진) 공기업이지만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전기를 팔아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전기료 인상은 물론이고) 임금도 통제하니 (경영권의) 반만 사장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 초 기업설명회를 하러 미국에 갔을 때의 일도 소개했다. 당시 만난 외국인투자가들은 원전 수주력 등 한전의 ‘미래 가치’에 대해선 인정했는데 ‘전기료를 인상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말은 믿을 수 없어 문제라고 했다는 것.

그는 “이대로라면 올해 말 한전의 부채비율이 150%까지 갈 텐데, 이러면 현재의 신용등급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