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력 빼가기’, 공정거래법 적용해 과징금 ‘철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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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企 기술인력 보호방안
적발된 대기업 ‘신인도’ 감점… 정부입찰-예산지원 불이익… 핵심기술은 제3기관에 보관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 인력을 부당하게 빼간 대기업은 정부 물품 조달이나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불이익을 받고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공인기관에 맡겨 기술 탈취를 막는 ‘기술자료 임치제’가 의무화된다.

정부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인력 보호·육성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대기업의 인력 부당 채용과 관련해 불공정행위 심사를 엄격히 하고 그 결과를 정부 물품 구매 입찰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력을 빼간 대기업은 불공정거래행위 위반자로 간주돼 신인도 항목에서 감점을 받아 정부 조달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조달뿐 아니라 정부 R&D 지원사업에서도 신청기업 평가기준에 이런 불공정행위를 포함해 정부 예산 지원 등에 페널티를 받는다.

인력을 빼간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이제까지 사문화되다시피 한 인력 부당 채용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제재도 다시 살릴 방침이다. 부당하게 인력을 빼앗겨도 갑을 관계 탓에 해당 기업을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하는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확대·개편해 부당한 인력채용 사례를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지금 운영하는 기술자료 임치제를 의무화한다. 기술 임치제는 기술 보유자가 핵심 기술정보를 제3의 공인기관에 맡겨둬 거래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로 우선 중소기업청 R&D 지원과제에만 의무화하고 향후 국가 R&D 사업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올해 초 수많은 중소기업 숙련기술자들이 대기업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다”면서 “근로자가 더 좋은 근로조건을 찾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는 만큼 중소기업 스스로도 안정적인 인력공급과 장기근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 정책만으로 중소기업 인력 유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임금, 복지처우 등도 큰 차이가 나는 데다 자칫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지철 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무분별한 인력 유출로 해당 중소기업의 매출이 현저하게 줄었거나 관련 사업을 아예 접을 정도라면 정상적인 스카우트로 보기 어렵다”며 “다른 사업자의 사업을 사실상 못하게 하는 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에도 금지돼 있는 만큼 법 적용을 보다 엄격히 해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화하기 위해 중기 인력 보호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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