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야 멀리 간다/대기업-中企 동반성장]판매수수료 낮추고 판로개척 돕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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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명 백화점에서 60개의 여성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중견 의류업체 사장 A 씨는 대학 졸업 후 가업을 잇겠다는 큰아들에게 대기업에 취직하라며 말렸다. 그는 “20년 가까이 제대로 된 계약서 한 장 받지 못하고 구두 계약으로 백화점에 납품을 해왔다”며 “아들에게까지 ‘을(乙)’의 업보를 물려주기 싫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이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과정에서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아니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판로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말 못 할 피해를 당하는 중소기업의 고통 또한 심각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중소업체들에서 과도한 판매수수료를 취하고 협찬을 요구하며 군림한 지 오래다. A 씨처럼 제대로 된 서면계약서를 못 받는 경우는 허다하고 설사 계약서를 받더라도 이면계약서를 따로 쓰는 일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6월 롯데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수수료율은 29.33%로 2008년 28.85%, 2009년 29.04%에 이어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30.87%로 국내 최고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의 횡포도 심하다. 건강기능식품을 백화점에 납품하는 김모 사장은 “지난 설에 한 대형마트에서 전화를 걸어와 ‘우리 백화점 상품권 1000만 원어치만 구입하라’고 통보하더라”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납품이 끊길까 봐 겁이 나 할 수 없이 구매했다”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입점업체의 연간 상품권 구입비용은 평균 1200만 원이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이 중소기업에는 생존이 걸린 판로 문제와 직결된다”며 “유통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진 후진적인 산업이 없을 정도로 이 분야의 상생은 그동안 외면돼 왔다”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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