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脫원전’ 선언… 터키 원전수주 재협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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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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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꺼진 줄 알았던 터키 원자력발전소 수주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흑해 연안인 터키 시노프 지역에 140만 kW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200억 달러(약 21조6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일본에 우선협상권을 줬다.

그러나 올해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이 자국 내 ‘탈(脫)원전’ 정책을 선언하는 등 원전사업에서 뒷걸음질하는 사이에 한국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도 터키 주무장관과 회담을 갖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터키 원전은 공사를 따내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투자비를 회수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려 한국이 재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터키 원전 재협상 ‘청신호’ 잇달아

10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자페르 차을라얀 터키 경제부 장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지경부 측은 이 회담에서 양국 장관이 일반적인 경제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뿐 원전사업과 관련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공식 설명했다. 그러나 차을라얀 장관은 11일 자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원전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참여할 수 있다”며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양국 장관의 회담 전날인 9일 ‘해외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한 금융조달 여건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정책금융공사가 원자력발전 등 해외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해 5년간 10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수출입은행이 올해 정부로부터 1조1000억 원 이상을 출자받는 등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자본력을 확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본에 밀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에서 원전 수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 업계는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터키와의 원전 수주 협상이 재개되는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 갈팡질팡하는 일본 정부

터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한국 등과의 협상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터키로서는 대형 사고를 낸 일본의 원전기술을 도입하는 게 부담스러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 6일 기준으로 일본은 안전 테스트 등의 이유로 54기의 원전 중 70%인 39기의 운영을 중단했다. 현대건설 원자력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연재해 탓이지만 사고 수습과정에서는 원전관리 기술에 허점을 드러내는 등 인재(人災)의 성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내의 혼선도 터키를 불안하게 하는 점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지난달 2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원전 수출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과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은 현재 진행 중인 원전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답변하는 등 엇갈린 의견을 내비쳤다. 이런 분위기에서 터키 정부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확인되지 않으면 일본과 진행하던 우선협상을 중단하고 타국과 교섭을 시작할 수 있다”고 일본 내각부에 통보했다.

○ 재협상 분위기 흘리는 터키

터키가 재협상 분위기를 흘리는 것은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터키 원전사업은 원전 건설로는 세계 최초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원전을 건설하는 쪽에서 자금을 대고 생산된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결국 일정 수준의 전기요금을 터키 정부가 보증해야 사업성이 생긴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한국을 견제하려던 일본이 무리한 조건으로 터키 원전을 수주한 측면이 있다”며 “협상 내용을 재조정하자는 일본과 원래대로 정부 보증 없이 가자는 터키 정부 사이의 힘겨루기가 물밑에서 이뤄지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태현 지경부 원전산업정책관은 “같은 계약조건으로 터키의 다른 지역에 원전을 건설하기로 한 러시아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불평하고 있다”며 “일본과의 협상이 공식 종결되고, 터키 정부가 계약조건을 변경하면 한국에도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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