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차·화·정 팔고 내수주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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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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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거래일 연속 총 5조원 순매도… 폭락장 연출
팔자 1순위는 기아차… 증시 주도주 교체여부 촉각

최근 증시 폭락기에 9거래일 연속 총 5조 원 넘게 순매도한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증시의 주도주였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종목을 파는 대신 내수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이번 위기가 세계적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부진한 대신 내수기업들이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번 주가 폭락을 계기로 증시 주도주의 교체가 장기화될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2일 외국인은 기아자동차를 가장 많이 내다판 것으로 집계됐다. 2∼12일 외국인은 기아차를 67억5000만 원어치 내다팔았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더불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한때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4위 제조업체로 뛰어오르는 등 최근 승승장구했다. 기아차 주가는 2009년 4월 1만 원 전후였다가 2년 만에 8만 원을 웃도는 등 7배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의 순매도 공세로 주가가 6만6600원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이 10억3000만 원어치를 판 현대차는 순매도 22위였고 자동차부품업체인 넥센타이어도 23억9000만 원어치를 팔아 순매도 7위였다.

웅진케미칼(26억4000만 원·5위)과 한화케미칼(22억2000만 원·8위) 케이피케미칼(12억7000만 원·18위) 등 화학주들도 일제히 순매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24억7000만 원·6위) 현대중공업(8억1000만 원·30위) 등 중공업주도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이 기간 중 외국인 순매수 1위는 18억7000만 원어치를 산 쌍방울트라이였으며 GS칼텍스·GS리테일·GS홈쇼핑 등을 자회사로 가진 지주회사 GS(6위), LG패션(9위) 등 소비재주가 상위권에 속했다. 또 기업은행(2위) 우리금융지주(3위) DGB금융지주(16위) 등 금융주도 선전했다. 소비재주와 금융주는 대표적 내수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찾아오면 차·화·정을 중심으로 한 국내 수출업체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수주 가운데 신고가를 내는 종목이 많다는 점은 외국인들이 내수주를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종목’으로 선택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한섬과 남양유업, 롯데삼강 등이 최근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들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번 증시 폭락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시작한 경기불안이 핵심으로 내수주는 이 위기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 매물의 상당 부분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되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나왔지만 시세차익을 많이 얻은 외국인이 내수주로 눈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이 부사장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내 주도주가 수출에서 내수로,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종목 압축에서 확산으로, 성장에서 가치로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내수주가 차·화·정의 대안이 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자동차, 화학, 정유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며 “내수주가 이들을 대체하려면 대형 내수기업들이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내수주가 오르더라도 결국은 정보기술(IT) 종목이 대세상승을 하지 않는 한 증시는 계속 지지부진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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