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3일 공매도 비중 5.4%…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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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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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5거래일간 1조6000억… 외국인 800억 넘게 챙긴 듯

9일 한때 코스피가 1,700 선 아래로 추락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우증권 트레이딩센터 주식파트는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위). 하지만 주식파트 건너편 채권파트는 쏟아지는 채권 매매 주문을 처리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9일 한때 코스피가 1,700 선 아래로 추락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우증권 트레이딩센터 주식파트는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위). 하지만 주식파트 건너편 채권파트는 쏟아지는 채권 매매 주문을 처리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폭락장에서도 숨어서 웃는 투자자들이 있다.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떨어질 때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공매도’를 구사해 이익을 챙긴 투자자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세력으로 일부 외국인투자가를 지목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을 빌릴 때 제공하는 담보가 확실한 투자자는 현실적으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라며 “국내 기관들이 주가 방어에 힘쓴 걸 감안하면 폭락장에서 공매도를 한 세력은 외국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가 폭락한 2∼8일 공매도 금액은 1조6062억 원이나 됐다.

○ “외국인, 공매도로 800억 원 이상 챙겼을 것”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해당 주식을 팔겠다고 주문을 내는 것은 불법이다. 이 방법도 공매도로 부르지만 허위 주문이기 때문에 불법 공매도로 볼 수 있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위주로 이뤄지는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파는 대차(貸借)거래 방식이다. 5000원짜리 주식을 빌려 팔아 5000원을 챙긴 뒤 해당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다시 매입해 갚는 방식으로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외국인이 2∼8일 공매도를 통해 650억∼800억 원 정도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D증권 관계자는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뒤 보통 5일 이내에 갚아야 하는 구조이므로 10% 미만의 수익만 나면 주식을 되사서 갚는 게 일반적”이라며 “최근 공매도 규모로 보면 8월 이후 공매도에서 8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날 수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공매도는 일부 종목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양상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아모레퍼시픽은 2∼8일 해당 종목의 하루 평균 거래금액 가운데 공매도 금액의 비중이 각각 27.58%, 24.61%였다. 공매도가 전체 거래금액의 4분의 1에 이른 것이다. 삼성전기와 SK텔레콤도 15% 전후의 높은 비중을 보였다.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거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에서 공매도가 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40%를 웃돈다. 외국인이 주가 하락을 이끌 만한 종목에서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외국인을 유력한 공매도 세력으로 지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로 수익을 내려면 해당 주식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공매도 세력이 의도적으로 폭락을 부추기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증권 관계자는 “매도 자체로 주가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악성 루머를 유포해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확실히 있다”고 귀띔했다.

○ 투자자 보호가 되레 투자자 발목 잡아

3일 증시 전체 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금액 비중인 5.4%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8년 9월 17일의 5.5%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당시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국내 기관투자가의 주가 부양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 이는 이번 폭락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매도의 주체를 공표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가 주문을 낼 때 공매도 여부를 표시하도록 돼 있어 공매도 주체를 파악할 수도 있다”며 “다만, 이를 바로 시장에 알리면 해당 정보 자체가 가격을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되레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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