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MRO 자회사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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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손뗀 삼성 이어 ‘결단’

SK그룹이 7일 계열사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을 맡고 있는 자회사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의 MRO 자회사 운영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하는 ‘일감 몰아주기’란 논란이 일자 아예 MRO 사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통째로 사회공헌에 쓰기로 한 것이다.

SK는 사회적 논란이 된 MRO 사업 처리를 놓고 지분 매각 등 여러 방안을 고심한 끝에 사회적 기업 전환을 택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중순 ‘MRO 사업을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어떨지 검토해보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MRO코리아의 지분 매각 대신에 사회적 기업 전환을 선택한 SK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회사는 2000년 7월 SK네트웍스와 미국의 그레인저인터내셔널이 51 대 49 비율로 합작해 만든 회사다. 따라서 SK는 MRO코리아를 수익 대신에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려면 그레인저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49%를 우선 사들여야 한다. MRO코리아가 직원 150명에 보유자산 240억 원, 연간 매출액 1024억 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지분 인수대금은 최소 수백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매출액 1000억 원이 넘는 MRO코리아가 변신에 성공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의 효율적 운영에 맞는 지배구조와 경영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MRO코리아가 사회적 기업이 되더라도 기존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유지하면서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을 지원할 방안을 찾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을 우선 선정하기로 하고 관련 심사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MRO코리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쓰거나 새로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즉, 양질의 MRO 상품을 납품받는 사회적 기업 간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이달 초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매각 추진에 이어 SK도 MRO 영리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함에 따라 MRO 자회사 처리 문제로 고심하는 다른 대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SK의 결정이 대기업이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데서 벗어나 어떻게 사회에 기여해야 할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MRO코리아의 사회적 기업 전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MRO 업체 서브원을 보유한 LG그룹은 이날 “MRO 문제에 대한 각계의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그에 맞춰 방향을 정할 것”이란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사회적 기업 ::

주주나 소유자의 이윤 추구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 최근 들어서는 빈부격차 해소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기업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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