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 “BOP시장 뜬다, 40억인구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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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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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 아프리카 서민 구매력 생겨
기초 생활용품 수요 증가… 에너지-물류-환경분야 유력

건축자재를 파는 중소기업 페루프의 경북 성주군 사무실은 나이지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바이어들로 북적인다. 이 회사는 2007년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온 나이지리아의 한 바이어에게 첫 수출을 한 뒤 요즘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됐다. 이 회사 박서정 대표는 “올해는 아프리카 수출이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아프리카 지역은 점차 주거공간 개선 욕구가 커지면서 우리에게 황금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북미와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기업들이 신흥국 저소득층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가의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BOP(Bottom of Pyramid)’ 시장을 공략하려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한다. BOP는 경제 피라미드에서 맨 밑바닥에 있는 최하위 소득계층으로 1인당 소비는 많지 않지만 전체 규모는 커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는 “올 상반기(1∼6월) 우리 기업들이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구매자의 신용평가를 요청한 건수는 1만2593건으로 1년 전보다 10%가량 증가한 반면에 북미와 유럽 구매자에 대한 것은 8.2% 감소했다”고 4일 밝혔다. K-sure의 신용평가는 기업이 거래하기 전에 해외 구매자의 신용정보 및 신용등급을 파악하는 것으로, 향후 수출지역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인다.

대표적인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곳은 아프리카다. 이 지역은 수십 년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됐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근 빈민층에게도 소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생활필수품은 물론이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건축용 자재 등의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인 대원지에스아이는 아프리카의 농가에 곡물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곡물 색채감별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메디슨 역시 GE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저가(低價)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위해 아프리카 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아프리카 외에도 국내 기업들은 대표적인 저소득층 지역인 중국 서부지역과 인도의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국가들에서 에너지, 전력, 운송, 물류, 수도, 환경 분야에 진출하려는 것이다. 대성그룹은 이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복합발전시스템을 몽골,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등에 팔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BOP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일찍이 눈을 떴다. 세계적인 시멘트회사인 멕시코의 시멕스는 멕시코의 빈민촌에 콘크리트보다 가격이 훨씬 싼 가루 시멘트를 팔아 큰 수익을 올렸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도 2500달러에 불과한 자동차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진국에서는 실업자가 급증했고,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아진 신흥시장에서는 소득이 전혀 없다가 일부 생긴 사람들이 나오면서 로엔드(low-end)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BOP 시장에 진출할 때 적정가격에 제품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빈곤층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방안을 8월에 경제부처 장관들이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BOP(Bottom of Pyramid) ::


통상 1인당 연간소득이 3000달러 이하인 저소득층을 뜻하는데 세계 인구의 60%에 육박하는 40억 명 이상에 달한다. 이들의 하루 지출액은 8달러 정도로, 구매력은 낮지만 전체 시장규모는 약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저축이나 투자보다는 현재 생활을 위한 소비성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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