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낙관하던 정부도 “심각”…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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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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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금융시장 ‘美 더블딥’ 우려에 이틀째 휘청

《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틀째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경기침체의 파급권역에 속한 주요국 중에서도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 더블딥 우려에 보인 민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게 되고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지만 당분간 미국경제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 금융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불안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 한국, 더블딥 우려에 왜 더 민감할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중 기준으로 2002년 54.6%에서 지난해 79.8%로 높아졌다. 국내 경제가 대외교역에 기대는 비중이 커지면서 그만큼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더블딥이 현실화한다면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반도체 등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3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가 4.46% 하락해 21만4000원에 마감하는 등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주 등 이른바 ‘차·화·정’ 주식이 2∼4%대의 높은 하락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가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외국자본에 대한 개방 수준이 높은 한국은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해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4000억 달러(약 420조 원)의 외채를 가진 한국이 연 4%의 이자를 낸다고 하면 16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하는데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이자 부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미국 경기침체 보는 정부도 ‘비상’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둔화)일 뿐이다. 우리 경제는 고용 및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비쳐 왔다. 그러나 이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로서는 결코 좋을 게 없다”며 “수출 둔화 및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퍼지는 중이라고 판단한다”고 비관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

심각한 딜링룸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졌다. 코스피는 이틀 새 100포인트 넘게 추락하며 3일 2,060 선으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의 외환딜링룸에서 하루 장을 끝낸 직원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심각한 딜링룸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졌다. 코스피는 이틀 새 100포인트 넘게 추락하며 3일 2,060 선으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의 외환딜링룸에서 하루 장을 끝낸 직원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제는 정부가 선택할 만한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외 변수가 한 번 나빠지면 생산을 비롯해 설비투자, 고용, 물가 등 모든 지표가 전방위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경제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으로 바뀌었지만 중국 및 동남아로 수출되는 부품들의 최종 종착지인 미국의 실물지표가 불안해지면 이는 곧바로 우리 수출과 주식·외환시장에 직격탄이 돼 경기를 뒤흔든다.

경기침체 상황에 물가불안이 겹치면 고물가 저성장 국면인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말 5%대 성장을 목표로 했던 정부는 6월 전망치를 4.5%로 하향 조정했지만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 역시 정부는 4%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8월부터 연말까지 3.5% 밑으로 물가를 떨어뜨리지 못하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미국 경기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더블딥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동일본 대지진과 유가 급등 여파로 미국의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빠졌을 뿐”이라며 “사실 미국의 성장률은 1분기 0.4%, 2분기 1.3%로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도 “미국의 재정감축 규모가 나왔지만 GDP에 얼마나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지는 내년이 돼봐야 알 수 있다”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미국이 더블딥에 빠질 개연성은 작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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