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RO사업 손뗀다… 他그룹에 ‘도미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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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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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 보유지분 모두 매각하기로

《 삼성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어온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의 보유 지분 58.7%를 모두 매각키로 했다. 중소기업 동반성장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여론에 이어 정부가 과세 방침을 밝히는 등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삼성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MRO 계열사를 둔 LG 등 나머지 대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은 동반성장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58.7%를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이는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비 핵심사업을 정리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삼성이 2000년 12월 설립한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1조5492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83%가량이 삼성 계열사 물량이다. 삼성 측은 “아이마켓코리아와 거래하는 계열사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구매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매각하더라도) 이 회사와 거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각각 10.6% 등 삼성 9개 계열사가 58.7%를 갖고 있고, 나머지 40%가량은 소액주주들에게 분산돼 있다.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번 지분매각으로 주주들이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아이마켓코리아와 (삼성의) 거래도 계속되는 만큼 소액주주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발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본격화한 올해 5월 “아이마켓코리아가 계열사 및 1차 협력업체 위주로만 영업하고 앞으로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MRO 계열사가 편법 상속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삼성이 그룹 내부의 막대한 MRO 물량을 계열사에 계속 몰아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은 “구체적인 매각 시기나 인수주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삼성이 2, 3개 국내 중견기업과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삼성이 매각하려는 지분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5570억 원(1일 종가 2만6400원 기준)에 이르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뤄야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 고위관계자는 “국내 기업 몇 곳과 접촉했는데 반응이 좋아 연내 매각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다면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1일 삼성이 언론에 지분매각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에야 삼성 미래전략실로부터 관련 제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베어링, 공구 등 관련 중소기업조합들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가 최근 홈쇼핑 사업에 이어 수조 원이 들어가는 제4이동통신 사업에도 진출키로 결정한 상황이어서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조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삼성이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 힘든 지분매각 카드로 정부와 중소기업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원칙적으로 지분 전체를 매각할 계획이지만 협상을 원활하게 하는 차원에서 인수기업이 원하면 삼성이 최소한의 지분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MRO 논란에서 지분매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쓰면서 나머지 대기업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LG그룹은 “MRO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각도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LG도 그 방향에 맞춰 나갈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이날 내놓았다. LG그룹은 지난해 3조8478억 원의 매출을 거둬 MRO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LG서브원을 거느리고 있다. 코리아MRO를 계열사로 둔 SK그룹 관계자도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회적 시각도 있고 삼성도 지분매각을 발표한 마당이어서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면 MRO 계열사 엔투비를 갖고 있는 포스코는 다른 경쟁사와 달리 대기업과 거래하기 힘든 3000여 중소기업으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아 포스코와 계열사 등의 구매를 대행해주기 때문에 지금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엔투비를 방문한 자리에서 “엔투비는 영업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지금과 같이 0.2∼0.4%의 낮은 영업이익도 공급사나 구매사의 편의 향상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에 우선 사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의 약자. 개별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를 구매해 납품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관리 및 컨설팅을 해주는 일. 대기업이 MRO 사업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필기구, 복사용지 등 일회성 용품의 공급이 주요 업무였으나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공장설비 등으로 사업영역이 넓어지는 추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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