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거래 꿈틀… 부동산 경기 긴잠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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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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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쳤다” 6월 수도권 매매 80%↑…
“근거없다” 회복 ‘찔끔’ 하락세 여전

#1. 작년 12월부터 꾸준히 줄던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아파트 거래가 6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는 707건으로 전달보다 23%, 작년 6월보다 50% 늘었다. 이달 들어선 재건축단지의 급매물이 속속 거래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특별한 호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집값 하락세가 오래되다 보니 매수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다”며 “시세보다 싼 매물이면 바로 팔린다”고 말했다.

#. 21일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더샵 센텀포레’ 아파트는 705채 분양에 673채가 계약을 끝내 계약률 95.5%를 보였다. 이달 초 1순위 청약에선 최고 191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도 계약률 80%를 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서후석 명지전문대 교수(부동산경영)는 “부산 등 일부 지방은 바닥을 벗어난 수준을 넘어 호황기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침체에 시달리던 부동산 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수기에도 아파트 거래가 늘고 있는 데다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 재건축단지가 움직이자 바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 특히 정부가 나서서 이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바닥을 논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 정부, 현장에서 “바닥 쳤다”

국토해양부는 주택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바닥론의 의미를 둔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는 4만688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최근 5년간 6월 평균 거래 건수에 비해서도 1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수도권의 거래는 작년보다 80% 이상 급증했으며 주택시장 비수기인 7월 들어서도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상반기 수도권의 주택건설 인허가 물량이 최근 3년 동기 대비 55%, 서울은 115% 증가했으며 분양 비수기인 8월에 2007년 이후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것도 바닥론을 반영한 현상으로 해석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해소 대책, 전매 제한 완화, 중소형 주택 건설 규제 완화 같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졌기 때문에 심리적 측면에서도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RE멤버스의 고종완 대표는 “현장에서도 바닥을 쳤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송파구 ‘잠실 엘스’ 109m²는 9억 원 밑에서 바닥을 쳤다가 최근 10억 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6월 중순부터 20억∼30억 원대 자산가를 중심으로 자문하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며 “당장 반등하진 않겠지만 다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정부를 비롯해 바닥을 쳤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6월 말 49.6%까지 치솟아 임대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본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수급인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부에서 한동안 공급이 끊겼던 게 하반기부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내년 돼야 바닥 친다”

하지만 바닥을 찍었다고 할 만한 뚜렷한 징표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최근 거래량 증가는 지난해 거래가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거래 활성화를 체감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바닥을 쳤다면 가격 회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부터 조정을 거친 지방은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수도권은 준공 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집값 부담이 여전히 높아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수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사람도 집을 사지 않고 임대시장에 머물면서 전세금 상승세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컨설팅 연구위원은 “대출 규제 때문에 전세금이 올라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세입자가 많지 않다”며 “서울은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55∼60%는 돼야 매매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매매보다 전월세의 영향력이 더 커 전세난이 안정돼야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지 아닌지 얘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금리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등이 주택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서후석 교수는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크면 ‘하우스 푸어’가 나온 중대형아파트에 이어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적었던 중소형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생각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지만 내년은 돼야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호 연구위원은 “하반기 물가와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소비자 구매력이 회복되면 연말쯤 부동산시장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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