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0억…벤처기업 315곳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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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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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비중 2.8%, 대기업 평균 2배… 77%는 해외 진출로 매출 ‘쑥’

올해 처음으로 ‘1000억 벤처기업’ 대열에 합류한 성호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도약했다. 수출입은행에서 일하다가 전문경영인으로 성호전자에 합류한 박환우 사장이 이 회사의 주력 부품인 콘덴서를 소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올해 처음으로 ‘1000억 벤처기업’ 대열에 합류한 성호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도약했다. 수출입은행에서 일하다가 전문경영인으로 성호전자에 합류한 박환우 사장이 이 회사의 주력 부품인 콘덴서를 소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성호전자는 2000년 초반까지도 매출이 100억 원대에 불과한 평범한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 484억 원을 시작으로 매년 20% 이상의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1350억 원의 매출로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1000억 벤처기업’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환우 사장이 “1973년 창업 이후 30여 년 가까이 그저 그런 수많은 중소기업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한 성호전자에 최근 몇 년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본 글로벌’ 기업 늘어

발광다이오드(LED) TV 등에 사용되는 콘덴서 부품과 LED 조명을 만드는 성호전자는 도약을 위해 1990년대 말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2000년 중국 광둥(廣東) 성에 공장을 설립했고 2001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2006년에는 중국 2공장을 연이어 세웠다. 박 사장은 “내수시장에만 매달리면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부설연구소를 세운 것은 연구개발(R&D)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호전자 도약의 계기가 된 지속적인 R&D와 해외 시장 진출은 매출 1000억 벤처기업들의 공통점이다.

19일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한 1000억 벤처기업 315곳을 조사한 결과 이 기업들은 중소기업임에도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다른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평균보다 높았다. 1000억 벤처기업의 R&D 예산은 평균 57억 원으로 평균 매출액(2068억 원) 대비 2.8%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평균이 0.8%, 대기업 평균이 1.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000억 벤처기업들이 R&D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알 수 있다.

또 1000억 벤처기업의 대다수는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315곳 중 244곳(77%)이 해외 매출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해외 매출이 있는 기업의 매출 증가율(42.6%)은 국내 매출만 있는 기업의 매출 증가율(32.8%)보다 높았다. 중기청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를 염두에 둔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 늘어났고, 내수 시장에만 매달렸던 기업들도 속속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도약 원한다면 패러다임 바꿔야”

삼성전자 LG전자에만 납품했던 성호전자는 2006년까지 수출비율이 8%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 공장 설립 이후 수출비중을 높여 지난해에는 45%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이는 매출 확대의 발판이 됐다. 또 R&D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 한국 본사 직원 가운데 23.1%인 40명이 R&D를 맡고 있다.

박 사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사장 혼자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이 패러다임으로는 매출 1000억 원 달성은 어렵다”며 “생존이 아닌 도약을 꿈꾸는 중소기업이라면 생산관리, 재고관리, 시장개척 등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성호전자는 2000년부터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해 중국 공장은 창업주인 박현남 회장이, 한국 본사는 박환우 사장이 이끌고 있다.

중기청 이종택 사무관은 “성호전자의 사례는 중소기업이 도약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며 “제조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경영 방향만 잘 설정하면 제조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1000억 벤처기업 315곳 중 제조업(270곳)이 비제조업(45곳)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창업 이후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비제조업이 10.3년으로 제조업(16년)보다 성장 속도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은 2068억 원, 영업이익은 1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업들의 평균 자본은 872억 원이었다. 315곳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1000억 벤처기업 대열에 합류한 곳은 85곳이었다. 중기청은 “경기 회복과 다양한 벤처지원정책 등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곳을 돌파했다”며 “특히 기계·자동차 업종 분야 기업이 관련 업종의 호황으로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기업에서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으로 도약했음을 알려주는 지표인 ‘매출 1조’ 대열에 합류한 기업은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했다. 1000억 벤처기업 가운데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곳은 NHN, 디에스, 태산엘시디 등 세 곳뿐이다. 중기청은 “매출 규모별로 보면 1000억 이상∼3000억 원 미만의 기업이 86.3%(272곳)로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매출 5000억 원 이상 되는 기업도 11곳에 달해 이 기업들이 조만간 ‘매출 1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윤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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