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株 매입 금융 CEO들… 투자실적 시원찮네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지주사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올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 수익률은 신통치 않았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 과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시장의 시큰둥한 반응에 각종 악재까지 겹치면서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신증권 최대주주인 이어룡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20차례에 걸쳐 총 3억8376만 원을 투입해 자사주 2만7570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신통치 않은 주가 때문에 15일 종가 기준 평가금액은 3억6530만 원으로 ―4.80%의 평가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KTB투자증권 권성문 회장의 투자성적도 우울하기만 하다. 5월부터 수차례 5000주씩 총 15만1000주를 매입했지만 주가가 연초 5600원대에서 3200원 안팎으로 하락하면서 수익률은 ―4.86%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최경수 현대증권 대표도 올 들어 자사주를 1800주를 매입했지만 3.80%의 평가손실이 났고,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올해 1만 주를 매입했지만 역시 9.7%의 평가손 상태다.

증권사 최대주주나 CEO들의 투자 손실에는 못 미치지만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자사주 투자 성적도 초라하긴 매한가지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이후 총 1만8210주, 올해 들어서만 1만1210주의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KB금융이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상반기 주가가 영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온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올해 1월 이후 1만2000주를 매입했으나 주가가 부진해 겨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그나마 이 회장은 2008년부터 분할 매수를 해 온 까닭에 누적 기준으로는 10%가 넘는 이득을 보고 있다.

통상 대주주나 CEO의 자사주 매입 소식은 회사 실적에 대한 믿음을 높여 호재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올 상반기 금융지주 및 증권사 CEO들의 자사주 투자도 CEO가 솔선해 자사주를 매입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이 같은 자사주 매입이 별 효과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주식워런트증권(ELW) 관련 불법행위 조사와 저축은행 부실처럼 금융권에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발목을 잡았다. 우리금융 민영화 이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지연 등 각종 변수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도 사정이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헌표 KTB증권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불안이 사라지기 전에는 은행, 증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가 살아나기엔 역부족”이라며 “자사주 매입이라는 상징적인 행위가 아직 투자자들한테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