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도 수차례 수정… 김연아 중간에 투입 지루함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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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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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프레젠테이션 총괄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제일기획 마케팅서비스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일기획 제공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제일기획 마케팅서비스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일기획 제공
세 번째 도전. 앞선 두 번의 패배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준비는 철저해야 했다. 2018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최종 관문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프레젠테이션(PT)까지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다.

PT와 IOC 현장실사, 홍보물 제작 등을 총괄한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제일기획 마케팅서비스본부에서 “지난 두 번의 시도에 참여해 세 표, 네 표 차로 떨어져 많이 울었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아쉬웠다”며 “이번 준비과정에 참여한 분들이 휴일이나 명절에도 밤샘 근무를 했고, 시나리오를 단어마다 따져서 고칠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들의 농담도 검증을 거친 결과물이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두산중공업 회장)이 “모나코 알베르 2세 대공이 신혼인데, 세 번째 평창의 유치 PT를 보게 해 죄송하다”는 농담도 여러 차례 수정했다. 초안엔 ‘새 아내(new wife)’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고쳤다. 김연아가 “약간 긴장된다”고 말하는 대목도 IOC 위원들에게 호소력이 있는지 검증됐다.

한국인의 시각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지 따졌다. 유치위원회에서 검토했고, 컨설팅 계약을 한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인 헬리오스 파트너스가 외국인의 시각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또 읽었다.

앞선 발표자가 내려가며 다음 발표자와 악수로 교대한 것도 전략적인 포석이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은 친근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였다. 평창 IOC 실사 때 이명박 대통령이 평창에서 IOC 위원들과 서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발표자의 선정과 발표 순서도 전략적 선택이었다. 김 마스터는 “독일에선 카타리나 비트와 프란츠 베켄바워가, 우리는 김연아와 토비 도슨이 나섰는데 우리 선수들이 훨씬 참신한 느낌을 줘 새로운 지평이라는 콘셉트를 구현하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초안에서 김연아의 순서는 7번째. 여주인공인 김연아를 마지막 부분에 배치하기보다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중간 부분에 김연아를 투입해 IOC 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은 전달력과 호소력을 갖췄기에 맨 앞으로 배치됐고, 이 대통령은 정부의 지원 의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앞부분에 배치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입양돼 스키 선수가 된 도슨은 평창이 내건 슬로건인 ‘새로운 지평’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돼 마지막 발표자로 낙점됐다.

김 마스터는 “누구 한 명의 힘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팀의 일원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생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게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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