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황창규 지경부 R&D전략기획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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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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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향 공무원, R&D벤처정신 아쉽다”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창조적인 선도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라며 우리 산업계가 그동안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전략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창조적인 선도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라며 우리 산업계가 그동안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전략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 사무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진들이 방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와 정계를 주름잡은 이들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황창규 단장이다.

사무실은 삼성전자 사장 시절 반도체 신화를 쓰면서 구축한 글로벌 인맥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황 단장은 “지난달 7일 전략기획단이 주최한 ‘글로벌 R&D포럼’에서 해외 석학들을 초청하는 데 그동안 쌓았던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CEO에서 지경부 R&D전략기획단장으로 변신한 황 단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 당시 산업계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국 IT 업계에 큰 획을 그은 황 단장의 부임에 적잖은 기대를 걸었다. 1년 동안 민간인 출신으로 정부의 굵직한 연구개발(R&D) 과제들을 직접 총괄해본 소감은 어떨까.

황 단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전략을 만드는 기획능력 등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수준이 전보다 상당히 높아졌음을 느낀다”면서도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국가 R&D 계획들이 일부 중복되거나 실패를 두려워 한 나머지 위험을 감당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경부(R&D 상용화)와 교육과학기술부(장기 R&D 과제), 고용노동부(연구인력 육성) 등으로 R&D 관련 예산이 쪼개져 중복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이지만 지경부에 소속된 기관장에게선 기대하기 힘든 시원한 답변이었다.

그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지경부, 교과부, 연구소, 대학, 기업 등과 충분한 소통을 갖지 못한 것은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도 했다. 지경부 소속기관으로 교과부 등 다른 부처와 업무협의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황 단장은 “각 부처 간에 전략적인 융합과 시너지를 통해 중복되는 부분을 최적화해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년간의 대표적인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시스템반도체와 천연물신약, 전기자동차, 태양전지, 마이크로 에너지그리드 등을 아우르는 ‘조기성과 창출형 미래 선도사업’을 꼽았다. 황 단장은 “시대적 과제인 동반성장과 더불어 한국만의 테마를 담고 있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합한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완성품과 부품, 장비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아우르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전략기획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R&D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제품을 대기업이 사주도록 유도해 개발초기 경영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그는 끝으로 우리 산업계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종자)’ 전략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단장은 “이제는 창조적인 퍼스트 무버가 시장을 독식하는 시대”라며 “해답은 기술 융·복합에 있다”고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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