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상장 계열사-상장 예정 장외주식 ‘대안투자’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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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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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르면 황금알” 비상장주 거래 각광

요즘 각 증권사는 수시로 쏟아지는 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 거래 문의로 분주하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SDS, 삼성메디슨, 현대삼호중공업 등 비상장 대기업 계열사나 상장이 예정된 장외주식에 대한 중개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며 “많게는 억 원 단위에서 적게는 몇 백만 원까지 투자금액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음지’에 놓여 있던 비상장주 거래가 대기업들의 비상장 계열사 증가와 공모주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새로운 대안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장외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자 각 증권사도 직접 체결을 중개해주는 장외거래 서비스를 앞다퉈 시작하며 신(新)시장 공략에 나섰다.

○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 상장 효과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거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커진 것은 일차적으로 지난해 ‘삼성생명 상장 효과’ 때문이다. 상장 6개월 전만 해도 장외에서 5만 원대에 거래되던 삼성생명은 공모가가 11만 원으로 정해졌다. 단번에 120%나 급등한 셈.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우량 비상장주는 상장과 동시에 높은 수익을 올렸다. 휠라코리아는 상장과 동시에 공모가(3만5000원)의 두 배인 7만 원에서, 만도는 공모가 8만8300원보다 16.9% 높은 수준인 11만9500원에서 각각 시초가가 형성됐다. 한금명 우리투자증권 신사업전략부 과장은 “최대주주 지분이 높은 비상장주는 고배당 성향이 강해 채권만큼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상장까지 되면 ‘대박’ 가능성도 있다는 걸 투자자들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08년에 전체 계열사 59개사 중 44개(74.58%)가 비상장사였지만 올해 4월 말에는 전체 78개사 중 61개(78.21%)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상장사 비중도 2000년 62.5%에서 2008년 77.88%, 올해는 84.13%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SK그룹은 82.80%에서 87.21%로, LG그룹은 75.00%에서 81.36%로 비상장사 비중이 높아졌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삼성SDS, 에버랜드, LG실트론, 교보생명, 한화건설 등 대기업 계열사 상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비상장주 투자여건은 한층 무르익고 있다.

○ 증권사들 장외거래 발 빠른 대응


국내 증권사들은 장외거래 시장으로 기민하게 진출하고 있다. 장외거래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장외거래의 단점을 보완한 새 거래방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SK증권은 동양종합종금증권, 우리투자증권에 뒤이어 자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비상장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새 서비스를 시작했다. 증권사가 계약체결을 책임지고 중개해줌으로써 거래 불이행 위험을 없앴다. 이희철 SK증권 온라인팀 과장은 “이전에는 고객이 장외거래를 문의해오면 온라인 중개사이트나 심지어 타사 시스템을 알려주었다”며 “고객 수요가 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장외거래 서비스를 8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며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도 서비스 개시를 검토 중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내놓은 장외거래 서비스 수수료는 0.8∼1%대로 장내 주식거래 수수료(0.015%대)보다 훨씬 비싸다. 최일구 동양종합금융 장외주식거래 파트장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장외시장으로 들어오면 거래가 양성화되면서 시장규모도 커질 것”이라면서도 “상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손실 위험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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