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한-EU FTA 발효… 한국인이 즐기는 16가지 요리 재료 원산지 살펴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호주산 콩 두부… 서아프리카산 갈치살… 한국밥상에 ‘26개국’이 올랐다

밥과 김치, 된장국은 한국 밥상의 기본이다. 여기에다 해물탕과 갈비찜, 생선튀김과 두부조림 같은 인기 반찬이 오르면 진수성찬이라 불릴 만하다.

요즘 이렇게 차린 밥상은 사실 ‘무늬만 한식’이다. 동아일보가 한국인 밥상에 자주 오르는 16개 요리를 만드는 데 들어간 식재료의 원산지 국가를 따져보니 한국을 제외하고 25개 나라에 달했다.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본격화됐다. 다음 달 1일 발효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분석해 본 한국인의 ‘밥상 국적’은 세계지도를 펼쳐 놓은 모습이었다.

○ 동네 앞 마트에 들어선 ‘세계’


한-EU FTA의 뒤를 이어 한미 FTA, 한중 FTA 등 더 큰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2011년 한국 시장.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25일 이마트를 찾았다.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활용하는 대형마트의 식재료 코너는 과연 어디서 온 어떤 품목들로 구성돼 있을까.

각 재료의 원산지를 일일이 확인하며 마트를 돌아본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미처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십 개국의 농축수산물이 우리 생활 일부로 깊숙이 녹아들어 있었다.

먼저 된장이나 고추장 같은 전통 장류를 봤다. 이들 제품은 ‘재래식’ ‘토종’ 같은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중국산 콩과 고춧가루를 원료로 하고 있었다. 간장도 대부분 인도산 대두전분으로 만든 것이었다.

밀가루나 면 가공식품은 모두 미국 또는 호주산 밀로 만든 것이고, 두부 역시 호주산 콩이나 중국산 콩으로 만들었다. 식용유의 경우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이상 중국산) 올리브유(스페인) 포도씨유(프랑스) 등 거의 모든 기름이 수입 원료를 바탕으로 얻은 것이었다. 소금조차 호주산 천일염이 대세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수입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분야는 수산물과 과일 쪽이었다. 수산물 코너를 살펴보면 새우는 태국산, 주꾸미는 베트남산이고 삼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홍어살은 아르헨티나에서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름도 생소한 서아프리카의 ‘모리타니’라는 나라에서 건너온 갈치살도 있었다. 최근 국내 어획량이 줄어든 고등어(노르웨이산)와 오징어(페루산)도 외국산이 판매대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과일도 수박 복숭아 등 일부 품종을 빼면 외산 과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과적으로 국산이 주류인 식재료는 쌀과 신선채소 정도가 고작이었다.

○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본격 개방


통상 개방에 따른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1992∼2008년의 국내 농림수산물 수입실적을 분석해보면 1992년 65억74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식품 수입량이 2008년에는 231억9800만 달러 규모로 4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특히 수산물 수입은 1992년 5억700만 달러에서 2008년 30억7800만 달러로 6배 가까이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변화는 UR 타결(1994년) 이후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4년 칠레와의 FTA 체결 등 우리나라가 동시다발적으로 농산물 시장 문을 열어왔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는 수입이 제한됐던 고추 마늘 양파 돼지고기 쇠고기 등 242개 품목을 포함해 총 1600여 개 품목의 수입 제한이 풀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EU, 미국, 중국과의 FTA가 현실화되면 국내의 돼지고기 쇠고기 감귤 신선채소 관련 농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국내 농가의 조직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