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값 환원’ 출구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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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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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기름값 인하 조치가 끝나는 다음 달 6일을 앞두고 정유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가시적인 효과도 내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가면 또 ‘뭇매’를 맞지 않을지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4월 7일 시작된 L당 100원 인하 조치가 더 연장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실이 워낙 커 정부에서도 더는 압박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국내 석유제품 소비는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주유소 공급가를 L당 100원 인하한 GS칼텍스가 6월 1∼14일 휘발유와 경유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 36% 증가했다. 1년 사이 GS칼텍스 기름을 파는 주유소는 170여 개가 줄었는데도 이처럼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가격인하 종료를 앞두고 주유소들이 미리 ‘사재기’를 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도 가격인하 전보다 20% 이상 주문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부 정유사 주유소에서는 일시적인 공급 부족 사태도 빚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보통 월말에 재고를 준비하는데 이번 할인기간에는 월초에도 주문을 쏟아냈다.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는 있지만 장사하는 사람들로선 쌀 때 많이 들여놓으려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15일 석유제품 공급부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유업계 임원들을 불러 회의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유업계는 사재기 대책보다는 기름값 인하 조치 종료를 앞둔 만큼 “그동안 정유사가 손해를 많이 봤다”고 적극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날 정부 측에서는 기름값 인하 조치 연장에 대해선 전혀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L당 100원씩 내린 뒤 3개월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부담액은 총 7000억∼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KB투자증권은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부담액이 2450억 원, GS칼텍스가 1950억 원, 에쓰오일이 840억 원가량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시장 중심인 현대오일뱅크는 800억∼9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정도 기름값을 인하했으면 충분히 고통을 분담한 것 아니냐”라면서 가격 인하조치 연장에 반대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복귀 국면을 무사히 넘기려면 국제유가가 떨어지거나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주거나 해야 하는데 정유사로선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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