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니 커지더라… 기업 쪼개기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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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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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맛집에는 공통점이 있다. 메뉴가 딱 하나이거나 한 분야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요리사 한 명이 한식,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요리를 산만하게 만들다 보면 맛이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 경영 트렌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던’ 시대는 갔다. 몸집 불리기에 전념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쪼개기’를 통한 선택과 집중에 나서기 시작했다.

올해 5월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부문을 뺀 다른 사업을 자회사로 나누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많이 성장해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통신 사업과 창조적 도전이 필요한 플랫폼 사업을 분리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플랫폼 사업은 차량용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T스토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 분야다. SK텔레콤 측은 “차세대 성장동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도 회사를 쪼갠 바 있다. 하나로 뭉쳐서 이것저것 하기보다는 석유사업은 자회사인 SK에너지가 맡고 화학사업은 SK종합화학이, 윤활유는 SK루브리컨츠가 담당하는 식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각 회사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SK그룹 측은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분사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쪼개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장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기업에 다양한 분야가 있으면 한정된 재원을 어느 사업부문에 투자할 것인가를 따로 논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분사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역시 올해 백화점 사업 부문과 대형마트인 이마트 부문으로 회사를 쪼갰다. 백화점과 마트는 같은 유통기업으로 보이지만 백화점은 고급화 전략을, 마트는 대중적 저가 전략을 취한다는 측면에서 다르다. 쪼개고 나니 목표도 분명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4월 산업차량(지게차) 부문을 떼어내기로 했다. 건설기계, 공작기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선택과 집중으로 톡톡한 성과를 올리는 기업도 많다. LG화학은 2001년에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으로 기업을 나눴다. 2009년에는 다시 LG하우시스를 분사시켰다. 분사 후 전체 순이익이 8배,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6배, 5배 늘었다. 분할 전 LG화학의 시가총액은 1조2397억 원이었지만 분할 후 LG화학 등 4개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43조1739억 원(올해 5월 기준)으로 늘었다. LS그룹 역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전선 분야의 LS전선과 기계사업 분야 LS엠트론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책임경영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인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나눠 놓으니 개별 최고경영자(CEO)가 더욱 책임경영을 하게 됐다. 기업 분할 후 좀 더 비용 관리에 충실해지고 향후 먹을거리를 찾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업 분할이 곧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나눈다고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눈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기업 분할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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