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검은 돈’? 스위스서 넘겨준 58억의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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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불법으로 반출한 자금을 해외 금융기관에 유치했다가 다시 국내 주식시장에 우회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머리 외국인'들의 정황이 드러나 국세청이 정밀 조사에 나섰다.

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초 스위스 국세청은 복수의 제 3국적자가 스위스에 있는 은행계좌를 통해 한국 상장주식에 투자한 후 배당으로 받은 수익금의 5%(58억원)를 배당세로 거둬 한국 국세청에 넘겨줬다.

이번 조치는 1981년 맺어진 한국과 스위스 간 조세조약에 따라 스위스 거주자나 스위스 은행을 거친 제 3국적자가 한국 주식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에 대한 세금은 한국 국세청이 원천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배당금을 받은 사람이 스위스 국적자이면 배당세율은 배당금의 15%이고, 제3국적자이면 20%이다. 스위스 국세청은 징수한 배당세액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제 3국적자로 확인된 납세자들에 대해 20%와 15%의 차익인 5%를 추가로 징수한 뒤 한국 국세청에 보내준 것이다. 양국간 조세조약 체결 후 스위스 정부가 추징한 세금을 국내에 보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무업계에서는 스위스가 보내준 58억 원이 2006~2008년까지 3개년 치 배당금의 5%에 해당하는 것이며, 코스피 평균 시가배당률(2.14%)을 적용하면 주식시가 총액은 약 1조8000억일 것으로 추정했다.

국세청은 일단 이 자금이 케이먼제도나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의 투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당 부분이 한국인의 '검은 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스위스가 아닌 다른 나라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했다면 배당세율이 10%로 스위스보다 낮은 데도 스위스를 굳이 이용한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음성적인 자금이 스위스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라면 국내 납세자가 스위스 은행에 익명으로 예치한 음성적인 비밀자금을 다시 국내에 반입해 투자한 것으로, 포괄적인 역외탈세자금에 해당돼 법인세나 소득세를 추징당한다. 국세청은 이런 이유로 스위스 정부에 계좌 내역 등 납세자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부는 현재 한·스위스 간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 규정을 추가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규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둔 상태. 국세청은 "연내 관련 규정에 대해 국회가 비준해준다면 내년 중 해당 계좌에 대한 정보 공개를 다시 요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 해외금융계좌 신고 접수를 진행 중이어서 스위스 국세청이 통보한 계좌의 소유자들이 이번에 자진 신고를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신고접수 대상은 국내에 1년 이상 살았거나, 국외에 직업이 있더라도 가족 및 자산 등이 국내에 있는 거주자나 내국법인으로, 지난해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액이 연중 하루라도 10억 원을 넘는 경우가 해당된다. 따라서 이번에 드러난 스위스 은행을 이용한 납세자라면 반드시 신고해야만 한다. 국세청은 이번에 신고하지 않으면 올해는 신고하지 않은 금액의 5% 이하, 내년부터는 10% 이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신고하지 않는다면 수백억 원대의 과태료를 납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황 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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