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주가 오르면 높은 수익 기대” 자문형 신탁, 큰손들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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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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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투자 위험도 높아 5000만~ 1억 원 이상으로 가입금액 제한


《은행권이 투자자문사와 연계한 종합자산관리계좌(랩 어카운트)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랩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지점망이 많고 투자 상품에도 관심이 높은 은행권에서 랩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주식형 펀드처럼 짧은 시간에 대중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도 2006년 은행권이 본격 뛰어들면서 급성장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은행들도 랩의 투자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5000만 원 혹은 1억 원 이상으로 가입금액을 제한하고 있다.》
○수수료 비싸지만 높은 수익 가능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는 은행에서는 자문형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 일부 종목 위주로 상승세가 집중되자 일반 펀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투자자들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으로 몰려들었다.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이용하던 일임형 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 특히 큰손 고객들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투자자문사가 종목을 고르고 증권이나 은행의 주식 전문가가 운용하는 자문형 랩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지난해 4월 말 1조 원대에 불과하던 자문형 랩 순자산은 올 3월 말 8조 원대로 늘었다.

시중의 자문형 랩은 10∼15개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최근 장세를 주도하는 화학주, 자동차주 등이 주로 편입돼있다. IT 중 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간간이 편입돼있다. 그러다보니 4월 말∼5월 초처럼 주가가 급등할 때는 ‘펀드가 따라올 수 없는’ 수익을 낸다. 일반 주식형 펀드들은 많게는 70여 개 종목에 투자한다.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라도 30여 개 종목을 보유한다. 일반 펀드는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도 없어 일부 종목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자문형 랩은 실시간으로 투자 종목을 체크할 수 있다. 일임형의 일종이어서 투자자의 의사에 따라 투자비중을 조정하지는 못하지만 자금이 어떤 종목에 투자돼 있는지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즉시 점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자금만 랩에 넣어두고 큰 자금은 개인계좌를 통해 랩을 따라 투자하는 이도 많다. 자문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체를 요청할 수도 있다.

반면 일반 펀드는 3개월 전의 투자포트폴리오와 수익률을 ‘운용보고서’ 형태로 볼 수 있다. 일반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도, 유럽 재정위기가 와도 펀드 내 주식 비중을 무조건 60%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랩은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아도 된다.

랩은 상승장에서 자금이 대거 몰릴 때는 수익을 내기 쉽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일반 펀드보다 수익률이 훨씬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상승을 주도한 종목이 먼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한 종목 수가 적다는 말은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는 뜻이다. 주식비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마케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투자자문사가 비슷비슷한 종목을 편입했기 때문에 해당 종목을 팔면 팔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랩의 수수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반 펀드보다 1% 가량 비싸기 때문에 장기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자문형 랩 vs 자문형신탁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해 8월 브레인, 트러스톤, 한가람 등 자문사와 연계해 자문형 신탁 상품을 팔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자문형 랩 시장이 과열되면서 자문형 신탁 판매 때 표준약관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은행권의 신상품은 더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표준약관이 제정되자 국민은행이 이달부터 5000만 원 이상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자문형 신탁을 내놓았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도 판매 대기 중이다.

자문형 랩과 자문형 신탁은 모두 고객이 아닌 금융사가 투자자문사의 포트폴리오 제안대로 관리, 운용한다. 같은 투자자문사가 투자조언을 하지만 은행권 특성상 자문형 신탁이 자문형 랩보다 좀 더 보수적으로 운용한다. 자문형 랩은 10여 개 종목에 주로 투자하지만 자문형 신탁은 투자종목이 20여 개에 이른다.

또 자문형 신탁은 단일 업종에 전체 자산의 60% 이상 투자하지 않고 종목당 투자비중도 최대 20%를 넘기지 않는다. 주식형이 주를 이루는 자문형 랩과 달리 자문형 신탁에는 채권혼합형도 있다. 또 주식매매 주문을 낼 때 증권사는 따로 매매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은행 신탁상품은 증권사에 주문을 내야하므로 수수료가 발생한다.

한편 최근에는 ‘중국 소비재랩’, ‘헤지펀드 운용기법 가미 랩’ 등 랩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IBK증권의 알파플랜랩은 옵션을 활용했고 대우증권의 한국창의이벤트드리븐랩은 이벤트 발생 때 비중을 확대하는 랩이다. 상장지수펀드(ETF)랩도 있다.

2개 이상 자문기관의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멀티매니저 랩이나 고객이 목표수익률을 지정한 뒤 목표를 달성하면 채권형이나 현금으로 전환되는 목표수익률 전환형 랩도 있다. 분기별 수익을 지급하는 삼성증권의 ‘분기지급 펀드 랩’, 신한금융투자의 ‘Dr. S 리밸런싱 펀드 랩’도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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