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업계, 공생관계서 라이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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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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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이후 시대’ 준비 박차… 2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서 곳곳 충돌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관계가 ‘공생’에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정유회사는 원유를 정제해 기름을 팔고, 석유화학회사는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이용해 2차 제품을 만들며 공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두 업계 모두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정유사가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를 주목하자 석유화학회사의 기존 사업영역과 서로 부딪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석유회사까지 같은 분야에 속속 진출하면서 에너지기업의 신사업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5월 충남 서산시 서산일반산업단지에서 자동차용 배터리(중대형 2차전지) 착공식을 열었다. 내년 말까지 총 500MWh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출 예정이고 대전 글로벌테크놀로지에 가동 중인 100MWh 규모의 생산라인까지 합하면 순수 고속전기차를 기준으로 연간 3만 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분야는 LG화학이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다. LG화학은 충북 청원군에 제1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2013년까지 공장 두 개를 더 지을 계획이다. 2015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5%, 매출 4조 원을 달성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게 LG화학의 목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보다 후발주자이지만 자동차 연료기업으로 쌓아온 주유소와 충전소, 정비사업 등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SK텔레콤과의 스마트그리드 사업 등을 통해 점차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과 OCI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놓고 맞붙는다. 에쓰오일은 최근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국실리콘의 지분 33.4%를 인수해 태양에너지사업에 진출했다. OCI는 이미 2만7000t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3년 말 제5공장이 완공되면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총 8만6000t으로 뛴다.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GS칼텍스와 한화케미칼이 경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차전지 소재 중 국산화율이 낮은 음극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경북 구미 산업단지에 연간 2000t의 소프트카본계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소프트카본계 음극재는 2차전지의 음(-)극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한화케미칼은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상업생산을 조만간 본격화한다.

세계 1위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은 이미 2004년 일본의 도넨을 인수하면서 2차전지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이에 따라 향후 2차전지 시장에서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정유사와 국내 대표 석유화학업체 간 3파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영찬 SK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정유사들이 신성장동력을 찾으면서 석유화학회사의 사업영역에 투자하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석유회사들까지 더해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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