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쏘나타 하이브리드, 안전성·소음은 합격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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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7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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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일까.

지난달 초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서 자동차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출시 1개월 만에 두 차종을 합쳐 4000여대나 계약됐다.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배터리 등 부품 재고가 부족해 차량 출고가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6월 현재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를 구입하려면 출고까지 2~3개월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전체 쏘나타와 K5 판매량의 10~15%를 하이브리드로 채울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엔 포르테·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프리우스·캠리, 렉서스 RX450H, 혼다 CR-Z, 포드 퓨전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출시됐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부족한 성능, 중고차 가격하락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쏘나타·K5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공인연비가 21.0㎞/ℓ이면서 일가족 모두를 태울 수 있는 2000cc급 중형 세단. 가격은 3000만원 내외이고 전국에 서비스센터를 갖춘 국산 하이브리드라면 분명히 매력적이다.


◆저속 토크시 전기차 모드로 주행

과연 성능은 어떨까.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타고 강원도 일대 고속도로, 국도, 비포장도로를 달려봤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겉모습은 K5와 다르지만 엔진과 클러치, 미션 등 파워트레인은 똑같은 쌍둥이 차다. 현대에서 독자 개발한 병렬식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 내부는 2.0 누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30Kw짜리 전기모터,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로 채워졌다.

전기모터는 엔진의 보조 역할이다. 출발과 낮은 토크 주행 시 작동해 전기차(EV) 모드로 주행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4km를 가솔린으로 달려 배터리가 완충되면 1~2km를 배터리만으로 주행한다. 방전되면 또다시 가솔린 주행으로 전환돼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런 패턴이 반복돼 연비 21.0㎞/ℓ를 실현하는 것이다.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면 배터리는 견뎌낼까. 배터리의 수명과 교체비용이 궁금하다.

현대차 민병순 책임연구원은 “배터리는 6년 12만km를 품질 보증하지만 실험 결과 30만km를 달려도 끄떡없다. 만약 배터리를 교환한다고 해도 비용은 15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싹 바뀐 디자인 현대적인 느낌

외관은 기존 쏘나타 YF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고유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는 유지했지만, 강인함을 포기하고 세련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선택했다.

우선 호불호가 크게 엇갈렸던 기존 ‘윙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을 격자 물방울 모양의 ‘헥사고날’ 타입으로 바꿨다. 전조등은 LED 패턴을 적용하고 날씬한 안개등을 달아 깔끔한 느낌이다. 뒤쪽은 다각도로 반사되는 3차원 발광다이오드(LED) 후미등을 채택해 고급스럽다. 측면은 에어스커트로 공기저항을 줄였다.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16·17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 휠을 채택했다.

실내는 친환경 첨단 기술을 곳곳에 적용했다. 4.2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LCD계기판을 통해 배터리 등 차량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용 내비게이션은 에너지 흐름도와 다양한 경제운전 정보를 그래픽으로 제공한다. 천연 항균 가죽시트, 자외선 차단 전면유리 등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아무래도 배터리 때문에 트렁크 공간은 약간 좁아졌다.

◆안전성·소음은 합격점, 가속능력은 글쎄

가속능력은 약간 아쉬웠다. 가속페달에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느낌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20km까지는 소음이 없어 보행자 보호 가상 엔진음을 사용한다.

하이브리드라 아무래도 힘이 모자라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운전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고속도로의 낮은 오르막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즉각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속도가 올라갔다. 계기판은 어느새 190km/h를 넘었지만 소음은 크지 않다. 핸들링도 안정적이다. 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차가 충분히 속도를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속에서 커브를 만나 속도를 유지한 채 스티어링 휠을 꺾었다. 밀리는 느낌 없이 차가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도로 여건상 더 이상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고속주행능력과 안전성에 합격점을 줄만하다.


◆연비 “운전자 하기 나름”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연비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모두 닫은 채 극도로 속도를 제한하며 국도 60여km를 달렸다. 연비가 23.1㎞/ℓ나 나왔다. 공인연비보다 높다. 그러나 에어컨을 켜고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일반적인 패턴으로 같은 거리를 달리자 14.5㎞/ℓ를 기록했다. 같은 구간에서 급가감속을 계속하며 성능을 테스트한 다른 운전자는 8㎞/ℓ대가 나오기도 했다. 비포장도로 저속운전에서는 15㎞/ℓ대를 기록했다. 실험결과 65~75㎞/h 영역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쓰면서 달릴 때가 가장 연비가 좋았다. 하이브리드 연비는 일반차량보다 운전방식에 더욱 예민했다.

들쑥날쑥한 연비에 대해 박금진 현대기아차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는 운전습관에 따른 연비 차이가 크다”면서 “급한 가감속을 계속하면 전기모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하이브리드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 가격은 3000만원 내외, 2년이면 본 전 뽑아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은 프리미어가 2975만원, 로열이 3295만원이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할인받은 가격이다. 쏘나타 가솔린 모델(Y20 프리미어)보다 430만원 비싸다. 차량 등록 시 저공해차에 적용되는 취득세와 등록세 감면(최대 140만원)을 고려하면 288만원 만 더 내면 된다. 기름값을 1950원으로 봤을 때 1년에 2만㎞씩 2년6개월만 타면 추가 비용을 뽑는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가격 책정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출시 전 고객에게 원하는 가격을 물어봤다. 그 결과 상당수가 3100만원이면 차량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수입산 하이브리드와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아껴 밟으며 시내주행이 많고, 장시간 운전하는 소비자라면 좋은 선택이 될만하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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