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현중 부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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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5일 2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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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한화 건설 부회장.
김현중 한화 건설 부회장.
"당초 주어진 10분의 면담시간을 훌쩍 넘겨 30분이 지났는데도 막지를 않더군요. 그 때 사업 수주를 자신했습니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3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이라크에서 따낸 72억5000만 달러(약 7조8300억 원) 규모의 '베스미야 신도시' 사업의 수주과정을 공개했다. 이 사업은 2018년까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쪽 25km 지점인 베스미야 일대 1830만㎡에 주택 10만 채와 도로 공공시설 등 주거용 도시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국내 분당 신도시(1930만㎡)와 비슷한 규모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방한한 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국내 기업 7팀과 면담 일정을 잡았다. 팀 당 주어진 면담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3평 남짓한 접견실에 들어선 김 부회장은 총리 앞에 서자마자 준비해간 사업설명 자료를 꺼내들었다. "설계부터 시공, 건설자재 확보, 자금 조달 등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적용될 구체적인 사업방안이 담긴 자료들이었습니다. 단계별로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가자 총리가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김 부회장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협상전략이 말리키 총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총리는 우리가 떠난 직후 수행원들에게 '저들에게 사업을 맡기라'고 지시했다고 이라크 측 사람들이 전하더군요."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김 부회장의 전략적 접근도 한몫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민관경협사절단으로 이라크 현지를 방문했다가 주택사업에 주목했다. "중동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사업은 현지 건설사들이 사업권을 따낸 뒤 외국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수익이 별로 없어 국내업체들이 외면하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이라크는 오랜 전쟁 탓에 현지 건설사가 거의 없어 주택사업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이후 수차례 현지를 오가며 이라크 정부 관리들을 설득했고, 이라크 관리들이 국내를 방문하면 인천 남구 고잔동 일대에 238만㎡ 규모로 조성 중인 주거단지 '한화 에코 메트로'를 헬기에 태워 보여주면서 그들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김 부회장은 "이런 작업들이 밑바탕이 돼 사업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부회장은 두 달뒤 본 계약을 하면 현지에 건설자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국내 자재를 현지로 보내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단지 설계와 자재 공장건설 등 준비작업에만 2년 정도가 걸립니다. 이런 준비과정이 끝나면 2014년부터 매월 2000채 씩 5년 간 10만 채를 지을 예정입니다." 김 부회장은 당분간 차질 없는 공사 진행 위해 앞으로 1년의 절반가량은 이라크에 머물며 사업추진을 독려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 해외에서만 90억 달러(9조7200억 원)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5년까지 10위권인 한화건설의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를 5위 이내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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