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의혹’ 4대정유사 과징금 4,348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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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천380억, GS 1천772억, 현대 744억, S-Oil 452억원
공정위, SKㆍGSㆍ현대 등 3사는 검찰 고발...정유사 강력 반발

공정거래위원회가 11년간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을 벌인 혐의로 SK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 정유사에 대해 4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9년 12월 공정위가 6개 액화천연가스(LPG) 업체에 대해 가격담합 혐의로 668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역대 2번 째 규모다. 정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4개 정유사들이 2000년부터 최근까지 주유소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거래 정유사를 바꾸지 못하도록 담합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과징금 4349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담합에 적극 가담한 SK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3개 회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각 회사별 과징금은 GS칼텍스가 1772억 원으로 가장 많고 SK 1380억 원(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포함), 현대오일뱅크 744억 원, S-OIL 453억 원 순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1993년 주유소간 거리제한을 두는 제한이 폐지돼 정유사간 주유소 확보 경쟁이 벌어지자 2000년 3월 '석유제품 유통질서 확립 대책반' 모임을 갖고 '원적관리 원칙'에 합의했다. 원적관리는 주유소가 A정유사에서 B정유사로 거래처를 변경할 때 A정유사의 동의서를 받아오도록 하는 것으로 사실상 거래 정유사 이동을 막는 수단이다.

그 결과 정유사들은 주유소 확보 경쟁을 중단했으며 불가피하게 다른 정유사의 주유소를 유치하게 될 경우에는 정유사들끼리 합의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주유소를 넘겨주는 '트레이드(협의 교환)'를 하기도 했다. 또 SK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2001년 주유소 복수상표 표시제도가 도입되자 복수상표를 신청하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기존 정유소의 상표를 철거하도록 해 주유소들이 여러 정유사와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담합으로 주유소 확보 경쟁이 중단되면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정유사별 주유소 점유율은 SK 36.0%에서 35.3%, GS 26.5%에서 26.8%, 현대오일뱅크 20.9%에서 18.7%, S-OIL 13.2%에서 14.7%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원적관리 담합이 없었다면 정유사들이 주유소 확보 경쟁을 위해 더 싸게 기름을 공급해 소비자가격이 하락했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일방적인 수직관계를 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주유소 관리와 관련해 담합한 사실이 없는데도 공정위가 정유사 임원이나 경영진이 아닌 특정 업체의 전직 영업사원의 진술만을 토대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반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단 한번도 원적관리를 위해 담합한 사실이 없다"며 "공정위 과징금을 받은 정유사가 공동으로 법적 대응하는 방안과 함께 해당 진술을 한 정유사 전 영업직원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SK와 S-OIL도 "담합한 사실이 없으며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받아본 뒤 대응절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GS칼텍스는 "심사보고서를 보고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유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담합사실을 인정하면 혜택을 주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 제도를 이용해 과징금을 면제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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