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中에 수출 길 열렸다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국가 핵심기술 중 2번째… 정부, 충칭에 공장건설 조건부 승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에서 철광석이 녹아 쇳물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에서 철광석이 녹아 쇳물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제공
정부가 차세대 친환경 기술인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공법에 대해 국내 50개 국가 핵심기술 가운데 사상 두 번째로 해외 수출을 추진한다. 지식경제부는 포스코 파이넥스 일관제철소의 중국 내 건설을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09년 12월 국가 핵심기술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투자를 처음 승인한 바 있다.

포스코는 약 3조2000억 원을 들여 중국 충칭(重慶)에 연산 300만 t 규모의 파이넥스 제철소(150만 t 2기)를 세울 계획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최종 승인이 나면 포스코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세계 최대 철강시장인 중국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포스코 대주주 지분 확보 조건”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포스코 파이넥스 일관제철소의 중국 건설을 대주주 지분 확보 등을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중국 상무부장(장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이달 3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7차 한중 투자협력위원회에서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조건을 수용하면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경부는 우리의 핵심기술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충칭에 들어설 파이넥스 일관제철소(현지 합작사)의 대주주 지분(51% 이상)을 포스코가 확보하고 △핵심설비에 대한 블랙박스화(인가받지 못한 외부 인력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를 조건으로 투자 승인을 내주기로 포스코와 최근 합의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세계에서 한국만 보유한 기술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50개 국가 핵심기술 중 하나다. 이 법에 따르면 파이넥스처럼 연구개발에 국비가 들어간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에 매각 혹은 이전하려면 총리실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설사 국비가 투입되지 않았더라도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산업기술보호위의 의결을 거쳐 정부가 수출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첨단기술로 100여 년간 이어져온 기존 고로(高爐)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공법이다.

특히 기존 고로처럼 대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철광석과 유연탄 가루를 덩어리로 만들 필요가 없어 오염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발생량이 고로의 1∼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제철장비의 노후화가 심각해 교체 수요가 많은 중국이 파이넥스 투자 유치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8, 9월 국영업체인 충칭강철 및 중국 최대 민간 철강사인 사강그룹과 각각 파이넥스 합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이 중 한 곳과 최종 계약을 할 예정이다.

○ 기술유출 우려에도 “중국 수요 잡아야”

정부와 산업계에선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철강업계로 파이넥스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현재 연산 4000만 t 규모의 허베이강철을 비롯해 총 5개의 중국 철강회사가 세계 10대 철강업체 안에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파이넥스 공법을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의 50개 국가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

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에도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급증하는 중국 철강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중국의 철강 수요는 1996년 1억 t에서 2009년 5억4000만 t으로 급증해 현재 전 세계 철강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게다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면 인도 등 세계 각국으로 파이넥스 제철소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함께 열린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술보호를 위해 파이넥스를 국내에 묶어두면 더 큰 이익을 놓칠 것으로 판단했다”며 “중국에 짓는 150만 t짜리 제철소는 포스코가 포항에 지을 세 번째 파이넥스 제철소(200만 t)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넥스 기술 일부가 중국에 흘러들어가도 국내와의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한해 300만t 생산 규모… 中정부 최종 승인만 남아 ▼

현재 파이넥스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충칭 시 정부와 달리 중국 중앙정부는 중국 측 지분을 더 많이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계가 자체 개발한 파이넥스 설비가 사실상 모두 실패해 한국 정부의 투자승인 조건을 중국 정부가 결국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비슷한 논리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약 7조 원을 들여 중국에 짓고 있는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공장 건설을 2009년 12월 승인해 줬다.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에 따르면 7세대 이상 LCD 패널 제조공정도 파이넥스처럼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제조기술 유출 논란이 있었지만 세계 TV 시장 1위로 올라선 중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정부가 투자를 승인해 줬다. 당시에도 중국 중앙정부는 더 많은 지분을 요구했으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획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파이넥스(FINEX) 제철 공법 ::

포스코가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첨단기술로 기존 고로(高爐)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제철공법. 파이넥스 공법은 일반 고로처럼 철광석과 유연탄 가루를 덩어리로 가공하지 않고 바로 용광로에 부을 수 있어 각종 비용과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