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계적자… 월38만원 사상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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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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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가계소득 2분기 연속 감소

연초부터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질 가계소득이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물가 급등으로 큰 타격을 본 저소득층은 가계 적자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1분기 실질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감소했다. 명목 가계소득이 월평균 385만8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372만3000원)보다 3.5% 늘었지만 1분기 소비자물가가 4.5%나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물가 급등은 지출을 큰 폭으로 늘려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17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소득 증가(3.5%)보다 지출이 훨씬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항목별로는 고유가의 여파로 자동차 연료비 등 교통 관련 지출이 11.5% 늘었으며 식료품 지출도 8.4%나 증가했다. 또 의류와 신발(9.3%), 가정용품(8.5%), 보건(10.9%) 관련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물가 부담으로 여가활동을 줄이면서 오락·문화 지출은 0.3% 줄었으며 교육 관련 지출도 3.0% 감소했다. 오락·문화 지출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이처럼 식료품과 연료 등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저소득층일수록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의 가계지출이 0.6% 느는 데 그친 반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와 2분위(하위 20∼40%) 가계의 지출은 각각 6.8%, 11.2% 증가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치면서 소득에서 지출을 뺀 가계적자는 크게 확대됐다. 1분위 가계는 소득이 111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원가량 올랐지만 가계지출은 149만 원으로 11만 원이나 늘면서 월평균 38만 원 적자를 봤다. 전년 동월 대비 적자폭이 25.5% 늘어난 것으로,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가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득이 16만 원가량 늘어나면서 가계흑자가 2.9% 증가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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