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UP↑]한국석유공사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초대형 해외 M&A… 자원개발 선두주자 우뚝

지난해 9월 세계 석유업계는 술렁였다. 한국석유공사가 영국의 석유탐사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움 인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나는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집트를 비롯해 기니, 세네갈, 모로코 등 36곳에 개발·생산·탐사용 석유 광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다나사가 보유한 광구의 총원유매장량은 약 2억4400만 배럴로 일일 생산량은 4만8000배럴에 달한다.

인수금액은 지분 100% 기준 18억700만 파운드(약 3조4400억 원) 규모로 공기업 최초의 해외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첫 사례였다. 앞서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비스트 에너지를 4조6000억 원에 인수하는 또 다른 초대형 M&A를 체결했다. 두 건 모두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로 1, 2위다. 이처럼 두 건의 굵직한 M&A로 석유공사는 9%인 국가 석유 자주개발률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 달라진 ‘공룡기업’ 석유공사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이 더디고, 굼뜬’ 것으로 평가받는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경영 선진화 정책의 일환이다. 석유공사는 “현재의 경영 환경은 석유공사가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지역 석유기업으로 우물 안 개구리로 주저앉게 될 것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기존의 기업 체질 파괴를 통한 새로운 경영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경영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 업계에서는 석유공사의 이 같은 행보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적대적 M&A 방식으로 다나를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통상적인 광구 확보전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을 제칠 재간이 없다”며 “향후 중국을 제치고 각종 자원광구를 확보하는 데 이번과 같은 적대적 M&A 방식을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의 달라진 모습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3월 석유공사는 로버트 데이비드 엘리엇 박사를 인사고문으로, 휴 이턴 롤렛 박사를 석유개발원장으로 각각 영입했다.국내 공기업 가운데 외국인 임원을 영입한 곳은 석유공사가 처음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기업 최초로 외국인을 정식직제상의 상근직 임원급으로 영입해 탐사 및 시추성공률을 높이고, 메이저 석유회사 수준의 석유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며 “비단 국내에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자원기업 목표

‘철밥통’이라는 인식도 석유공사는 깼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통해 ‘민간기업형 퇴출 및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했다. 고·저 성과자 간 연봉에 차이를 두고, 저성과자와 무임승차자에 대한 퇴출 유도를 뼈대로 하는 이 제도의 도입은 공기업에서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석유공사는 “연공서열식 진급, 나눠먹기 보수체계 등 공기업의 고질적인 보수체계의 틀을 깨뜨리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성과관리제를 도입하면서도 조직원의 업무효율성 확대를 위한 복지정책 확대에도 주력했다. 석유공사는 직장 보육시설인 ‘돌고래 어린이집’ 개원과 함께 시차출퇴근제, 집중근무제 등의 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의 여성 고용 증대와 저출산 문제 해소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와 함께 유연 근무제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석유공사는 내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 ‘한국석유공사 글로벌 기술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자원개발 분야 기술연구소로는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다. 석유공사는 기술연구센터를 통해 자원 개발 및 기술 평가 능력을 높이고, 공사 기술인력에 대한 전문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해외 우수 석유개발 전문인력 확보와 함께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다양한 노력을 통해 국내가 아닌 해외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자원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대형화와 선진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다양한 노력을 통해 국내 자원개발의 명실상부한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