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UP↑]혁신… 강력한 성장엔진 달고 세계로 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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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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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영 옷입고 효율성·수익성 제고 업무영토 확장 나서는 공기업 혁신의 현장

《“요즘은 첫째도 수익, 둘째도 수익이다. 내가 공기업을 다니는 건지 사기업을 다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최근 기자와 만난 한 공기업 관계자는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한 이후 바뀐 사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각종 특별회계에 기대 적자 걱정을 거의하지 않던 공기업들이 바뀌고 있다.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시행하면서 방만 경영과 관련한 평가비중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과다한 부채와 복리후생을 떠안고 있는 공공기관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에 따라 각 공기업들은 내부 경영혁신과 해외 진출, 신성장동력 발굴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 해외로 해외로

지난달 6일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왼쪽)이 자 메이카 전력공사 지분인수 계약 후 자메이카 에너지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지난달 6일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왼쪽)이 자 메이카 전력공사 지분인수 계약 후 자메이카 에너지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제공
요즘 한국석유공사 임직원들만큼 영어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 공기업은 드물다. 공인 영어점수가 승진에 중요한 평가항목을 구성하고 있는 것. 해외 유전탐사 등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직원들의 어학실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사는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3월 휴 이턴 롤렛 석유개발기술연구원장과 로버트 데이비드 엘리엇 인사고문 등 상근 임원직에 석유 메이저업체 출신의 외국인을 임명했다. 석유공사는 이들을 통해 유전 탐사와 시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 큰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석유공사는 캐나다 캘거리에 글로벌 기술연구센터를 지난해 11월 열었다. 해외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기술평가와 자문을 맡기기 위해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해외 현지에 세운 자원 개발기술 연구센터다. 석유공사는 이곳에서 훈련받은 국내 직원들을 해외 광구와 사업부서에 바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유수의 자원개발 전문 업체가 밀집해 있는 캘거리에 기술연구센터를 설립한 취지이기도 하다.

덕분에 석유공사는 올 3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개발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다. 석유공사는 이곳에서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한편 미개발 유전에 대한 독점 개발권도 얻었다.

한전KDN도 한전 계열사로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뒀던 내수시장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망 운용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지능형 전력망(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KDN은 지난해 인도 정부가 발주한 ‘전력 현대화 사업’ 중 일부를 따낸 데 이어 2단계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또 전력설비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데 익숙지 못한 일부 유럽 국가도 주요 수출국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 내부 경영혁신에도 고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쌍수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경영혁신 수단인 TDR(Tear Down & Redesign·기존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고쳐 새로 다시 설계하는 것) 과제에 대한 개선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115개의 TDR 과제를 진행했다. 한국전력 제공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쌍수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경영혁신 수단인 TDR(Tear Down & Redesign·기존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고쳐 새로 다시 설계하는 것) 과제에 대한 개선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115개의 TDR 과제를 진행했다. 한국전력 제공
해외 진출과 더불어 내부의 낭비요소를 찾아 없애는 경영혁신에도 공기업들은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 12월 경영 임원제를 없애고 기존 7개 본부에서 4개 본부로 줄이는 등 조직을 슬림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를 위해 잡다한 사업부문을 정리해 핵심사업 위주로 조직을 재편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천연가스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자주 개발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해외사업에 더 공을 들이기 위해선 경영혁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스전 개발과 도입, 생산 등 핵심사업 위주로 조직을 재편해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진출 등 대규모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는 가스전 개발과 도입, 생산 등 핵심사업 위주로 조직을 재편해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진출 등 대규모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이에 따라 기획과 지원 위주에서 가스전 개발과 도입, 생산, 공급 등 밸류 체인 중심의 형태로 탈바꿈했다. 이런 노력 끝에 가스공사는 이라크 대형 유전개발과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 진출 등 대규모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교대 근무 방법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비핵심 분야에 대한 민간 위탁을 단행해 총 292명의 기능 인력을 줄일 수 있었다.


한국동서발전도 이길구 사장 취임 이후 관리 인력을 줄이는 대신 해외사업 및 신사업 분야에 핵심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실제로 해외사업 인력을 2008년 8명에서 올 3월 80명으로 크게 늘렸다. 엔지니어링과 정비 등 기술 인력도 같은 기간 12명에서 70명으로 증강했다.

특히 동서발전은 2009년 8월 영어 공용화 방침에 따라 회의 자료와 e메일, 메신저 등에 영어 사용을 늘리는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조직개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해외사업에 투입되는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 시스템인 ‘글로벌 파이오니어’제도 병행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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