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피플]이경하 JW중외제약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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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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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내 한국 첫 ‘표적항암제 혁신신약’ 자신

JW중외제약 제공
JW중외제약 제공
“2000년부터 시작해 12년을 참고 기다렸습니다. 개선이 더는 불가능한 단 한 개의 신약 물질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2500여 개의 후보 물질도 만들었고 최소 600억 원을 쏟아 부었죠. 오늘 우리가 발표하는 이 물질이 이르면 5년 안에 대한민국 최초의 혁신 신약(First-in-Class)이 될 것입니다.” 갸름한 체구, 백면서생 같은 얼굴 등 외모와는 달리 이경하 JW중외제약 부회장(48·사진)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넘쳐났다.

이 부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JW중외제약이 만든 표적항암제 물질 ‘CWP231A’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현지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5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상시험을 무사히 마치면 이 물질로 암 치료 분야의 혁신 신약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혁신 신약은 기존에 전혀 없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 반면 이미 등장한 혁신 신약을 개선한 것은 개량 신약(Best-in-Class)이라고 한다. 예컨대 세상에 처음 등장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혁신 신약이며 이후 만들어진 자이데나, 시알리스 등은 개량 신약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회사가 개량 신약을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혁신 신약 물질을 개발해 임상시험까지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에 만든 신물질은 암세포를 재생하는 암줄기세포를 찾아 파괴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탈모, 체중 감소 등 항암제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세상에 없는 물질 한 개를 만들어 내기 위해 12년 동안 40여 명의 핵심 연구인력을 ‘올인’하게 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것. 그는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암줄기세포만 선별적으로 파괴하는 신물질 개발에 대한 확신과,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한 미국 연구자와의 오랜 신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연구원들 역시 “오너의 ‘뚝심’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웅 책임연구원은 “국내 제약사에서는 ‘오너가 기다릴 수 있는 한계는 길어야 5년’이라는 속설이 있다”며 “개량 신약이 아닌 혁신 신약에서는 10년 이상 기다릴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뚝심에는 늘 “신약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한 그의 부친이자 창업주인 이종호 회장(79)의 열망도 녹아 있다고 평한다. 이 부회장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항상 아버지께서 강한 버팀목이 돼 줬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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