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도쿄서 한중일 통상장관회담… ‘3국 FTA’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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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한국과의 FTA 먼저”… 韓 “농산물 문제가 걸려서”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8차 한중일 통상장관회담을 앞두고 삼국(三國)의 주판알을 튕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공식 안건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지만 중국과 일본 모두 한중일 FTA보다는 한국과의 양자 FTA에 더 관심이 있고 한국은 양쪽을 저울질하며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식 안건인 한중일 FTA는 1999년 3국 정상회담에서 처음 제안된 이래 2003년부터 7년간의 민간공동연구, 2010년 세 차례 산관학 공동연구 등 8년째 연구만 하고 있는 장기 과제다. 한중일 FTA로 3국이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할 경우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은 3대 시장으로 급부상할 수 있지만 중국과 일본의 경제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로 보기 어려운 중국의 경제 체제, 일본과의 역사적 앙금 등은 한중일 FTA 체결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그 대신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양자 FTA를 맺는 데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통상장관회담에서도 일본은 한국과 따로 양자 회담을 갖자고 요청한 상태다. 11일 중국 천더밍 상무부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중 통상장관회담을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시형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은 “필요에 따라 현지에서 중국과도 양자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혀 중국이 요청할 경우 중국과도 양자 회담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과의 FTA 체결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국과의 FTA를 통해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 차원의 요구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3일 김황식 국무총리의 방중 당시 “5월에 한중 FTA 협상을 개시하자”고 공식 요청했고 한국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15일 천 상무부장이 다시 “한두 달 안에 FTA 문제를 한국과 다시 토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의 FTA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한일 FTA의 경우 일본이 자국의 농산물 시장을 60% 이상 개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2004년 협상이 중단된 이후 달라진 상황이 거의 없기 때문. 그러나 중국과는 교역량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이 최근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해 한중 FTA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 측의 민감 분야인 농축수산물 개방을 어느 정도 할 것이냐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양국이 자국의 민감 분야를 어느 정도 개방할지를 먼저 정해놓고 FTA 협상을 시작하자는 방침이지만 중국은 협상부터 시작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중 FTA가 추진될 경우 가장 애가 타는 일본의 처지를 역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협상을 먼저 시작하고 연이어 일본과도 협상을 함께 진행할 경우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며 “농산물도 중국과의 FTA에서는 피해 분야지만 일본과의 FTA에서는 우리가 얻는 분야여서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은 당이 한 번 결정한 것은 밀어붙이는 등 비교적 논리로 협상을 진행해온 미국 등 지금까지의 FTA 협상 상대와는 매우 다르고 ‘한일 FTA 협상 개시’ 카드가 통할지는 미지수”라며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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