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분석, 독감 유포 경로까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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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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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데이터 분석’ 세계는

통신사의 일선 영업현장은 언제나 전쟁터다. 하루하루 보조금을 쥐고서 늘렸다 줄였다 하며 소비자들의 통신사 이동을 막는 게 임무다. 하지만 때때로 고민에 빠진다. 무조건 돈을 풀고, 아무 고객이나 붙잡기만 하면 되는 걸까.

“회원들끼리 누구와 통화하는지 선으로 연결해 보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뭉치는 여러 개의 커뮤니티가 나와요. 커뮤니티 중심의 사람이 통화량도 많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오피니언 리더일 확률이 높죠. 이런 사람은 꼭 붙잡아 둬야 합니다.”

솔루션업체인 새스(SAS)코리아의 구방본 프리세일즈본부 부장은 산더미같이 쌓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의 얘기를 듣고 해결책(솔루션)을 보여준다. 통신사의 ‘특별한’ 고객 찾기뿐 아니라 보험 사기단 유형 찾기, 트위터에서 특정 기업의 인기도 확인하기 등이 그가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의 거래 기록은 시간당 100만 건씩 쌓인다. 현재 인터넷에 축적된 정보량은 미국 국회 도서관의 8000만 배로 추정된다. 트위터에는 매일 1억1000만 개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에서 의미를 뽑아내는 것을 ‘비즈니스 분석’ 혹은 ‘고급 분석’이라고 한다.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기술이다.

IBM이 지난해 데이터 관리 업체 네티자를 인수하는 등 통계 및 검색엔진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전도 뜨겁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한국마이크로소프트, LG CNS 등이 모두 올해 주목할 만한 기술로 비즈니스 분석을 꼽았다. 특히 소비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매력적인 분석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기계가 SNS 행간을 읽는다


“기업 트위터 하나쯤은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만들었는데….”

최근 SAS코리아 구 부장이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트위터다. 트위터로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신제품에 대해 무슨 말이 오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원래 SNS는 국내 기업들에 미지의 땅이었다. 싸이월드의 경우 2500만 회원이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비공개 글이 많았고, 여론의 파급 효과가 낮았다.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다르다. 쉽게 공개된 글을 긁어와 ‘분석대’ 위에 올릴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와 추종자가 섞여 있어 여론 파급 효과도 크다. SNS 분석 솔루션을 쓰면 누구와 메시지를 교환하는지 관계망을 그려 커뮤니티의 중심을 찾아내고, 불만을 가장 먼저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기업에 대한 특정 커뮤니티별 감정은 어떤지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맞춤법이 틀리고, 은어가 난무해도 컴퓨터가 그 의미와 감정까지 분석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A 카드회사는 소비자들의 여가생활에 대한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해 봤더니 1위는 공연, 2위는 외식, 3위는 밤문화가 나와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공연 제휴 할인을 늘리는 이유가 됐다. 또 다른 전자회사는 새로 나온 TV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를 분석해 높은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임을 찾아낼 수 있었다.

SNS에 노출되는 메시지의 빈도수나 검색어 통계로 사회현상도 찾아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채승병 수석연구원은 “구글은 사용자들의 키워드 검색 횟수를 분석해 미국 보건당국보다 더 빠르게 독감의 유행지역 경로를 파악해 발표한다”며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뜻하는 ‘빅 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직관에 의존하던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美선 검색기록 저장 연장 반대도


미국 야후가 18일(현지 시간) 검색 기록 저장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8개월로 늘린다고 발표하자 미국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구글과 차별화하기 위해 2008년 90일로 줄이겠다고 했다가 그 결정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의 불만은 개인정보 침해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별 의미 없이 남긴 기록을 기업이 계속 모아뒀다 맞춤형 광고같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등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사용자에게 편의를 주지만 반대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며 “오랜 딜레마”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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