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女당당’ 211명… 삼성, 여성부장 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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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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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80명 승진 2년새 100명 증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삼성에 ‘여성 부장’ 시대가 열렸다. 1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1일자로 실시된 인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80명의 여성 부장이 새롭게 탄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이날 현재 삼성 각 계열사의 여성 부장은 모두 211명이다. 지난해 3월에는 여성 부장 승진자가 20명이었다.

삼성에 여성 부장이 부쩍 늘어난 것은 1993년과 1994년 삼성이 여성 전문직 공채(소프트웨어와 영업 등)를 실시하는 등 대졸 여성인력 채용을 크게 늘린 게 지금 와서 결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삼성에서 통상 사원부터 부장이 되려면 18∼21년이 걸린다. 1990년대 초반 삼성 대졸공채 출신 여성들이 올해부터 대거 부장에 오르기 시작해 사실상 삼성의 ‘여성 부장 시대’ 원년을 열고 있는 것이다.

○ 이건희 회장, ‘여성 부장 시대’의 씨앗 뿌렸다

삼성에 따르면 211명의 여성 부장 중 35%인 74명은 삼성 공채 출신이다. 장차 몇 년 내 부장이 될 ‘후보군’인 여성 차장도 현재 1300명에 이른다. 이 중 44%인 574명이 공채 출신이다.

여성 부장 211명은 삼성 전체 임직원 19만3000명의 약 0.1%에 불과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은 1992년 비서와 디자이너 등 일부 전문직의 극소수 인원에 한해 여성인력을 뽑은 후 1993년과 1994년 삼성그룹 차원에서 ‘여성 전문직 공채’를 실시해 대졸 여성인력을 분리해 뽑았다. 다른 기업처럼 그동안 남녀 구분 없이 뽑던 대졸 공채에서도 여성 채용 규모를 크게 늘렸다.

1994년 삼성은 전체 5000명을 채용하면서 소프트웨어 여성 전문직 500명을 포함한 1000여 명의 여성인력을 뽑았다. 국내 기업 중 대졸 여성을 따로 채용한 건 삼성의 ‘여성 전문직 공채’가 최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 모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일명 ‘신(新)경영’을 선언했다. 삼성의 여성인력 키우기도 신경영 중 하나였다. 그 결과 삼성그룹의 여성인력은 전체의 26%(2010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 여성 부장들, 삼성 조직문화를 바꾼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비롯한 34명의 여성 임원이 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최고위 임원인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1984년 제일기획 입사)이 유일한 삼성 공채 출신이다. 삼성이 1993년 대졸 여성 채용을 대폭 확대하기 전까지는 각 계열사에 여성 채용이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여성 임원들은 다른 회사 경력을 인정받아 영입된 케이스다.

1993년부터 입사가 본격화한 지금의 삼성 여성 부장들은 대개 1990년대 학번이다. 이들은 치열한 학생운동을 했던 1980년대 학번에 비해 어학연수 등 해외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관두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한 전 세대와 달리 결혼과 일을 동시에 택한 ‘슈퍼 맘’이 많다. 삼성그룹이 1995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현재 17개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삼성 직장 어린이집’(주5일 하루 12시간 보육 기준, 아이 나이별로 월 17만7000∼35만 원)은 삼성 여성인력들의 육아를 도운 측면이 크다.

삼성은 지난해 말 그룹 내 일부 여성 부장, 차장을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래 삼성의 여성 임원 후보군을 키우려는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최인아 부사장은 여성 후배들에게 “소통에 강한 여성의 강점을 사회 전체가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며 “일이 잘 안 풀릴 때 항상심을 유지하는 감정 컨트롤, 나 하나가 아닌 조직 전체를 생각하는 희생의 정신을 여성 간부들이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김준식 삼성전자 전무는 “여성 부장이 늘어나면서 획일적인 기업문화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탈바꿈하리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여성인력의 육아휴직까지 세심하게 감안해 각 조직이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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