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블루오션’을 찾아라]<5·끝>지식기반형 1인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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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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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있다… 봉급쟁이 싫다… 23만 ‘1인 창조기업’ 뛴다

《 1인 창조기업 브로드콘 최성희 대표(40)의 올해 매출 목표는 5억 원이다. 지난해까지 다니던 온라인 게임회사가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면서 당장 일자리를 고민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 브로드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는 회사. 자동차 앞 유리에 주행속도를 표시해주는 ‘허디(Hudy)’를 포함해 지금까지 내놓은 6개의 앱 다운로드가 벌써 9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제작 중인 12개의 앱이 모두 성공하면 연간 매출 10억 원 달성도 허황된 꿈이 아니다. 》
1인 창조기업 브로드콘의 최성희 대표(오른쪽)와 인턴직원 이재훈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폰 앱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정부의 1인 창조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앱 창작터’에서 앱 개발자인 이 씨를 만나 창업에 성공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인 창조기업 브로드콘의 최성희 대표(오른쪽)와 인턴직원 이재훈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폰 앱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정부의 1인 창조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앱 창작터’에서 앱 개발자인 이 씨를 만나 창업에 성공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앱을 개발하는 1인 기업을 창업하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전문가여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는 브로드콘을 창업하기 전까지는 앱 개발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소기업청과 세종대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과정인 ‘앱 창작터’에서 앱 개발자 기초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생 개발자들의 도움을 얻어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지식 콘텐츠 관련 창업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앱을 개발할 기술은 부족했다”며 “하지만 교육 과정을 통해 만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빨리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업난을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성장’이다. 하지만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경제성장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의 고용탄력성은 2001∼2006년 평균 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때 일자리는 0.3%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일자리 창출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최근 크게 늘고 있는 1인 창조기업이 실업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 창조기업은 주로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인이 혼자 창업해 이익을 내는 기업이다. 일자리 증가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국내 1인 창조기업의 수는 23만5000여 개로 처음으로 경제활동인구의 1%를 넘어섰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만2000개(15.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국내에서 늘어난 일자리 수 45만5000개 가운데 7% 정도가 1인 창조기업을 통해 나온 것이다.

○ 모바일 1인 창조기업 붐


늘어난 1인 창조기업의 상당수는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 집중돼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스마트폰 앱 개발에 나선 1인 창조기업이 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 분야 1인 창조기업은 2009년 전체의 1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3.1%로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의 1인 창조기업 지원 정책도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앱 개발자를 지원하는 ‘모바일 1인 창조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대와 세종대 단국대 등 대학과 연구기관에 앱 개발을 지원하는 ‘앱 창작터’ 25개를 만들어 2012년까지 모바일 1인 창조기업 1만 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재단 역시 올해 400억 원의 특례보증으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동통신사들 역시 자체적인 앱 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1인 창조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올 초 대학을 졸업한 예비 창업자 이재훈 씨(27) 역시 앱 창작터를 통해 1인 창업을 결심했다. 지난해까지 취업을 준비했던 이 씨는 앱 창작터를 통해 브로드콘의 인턴으로 근무하며 재무나 마케팅 등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고 있다.

이 씨는 “대학생 시절 스마트폰으로 악기 연주 앱을 제작해 왔지만 막상 창업을 하려다 보니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앱 창작터를 통해 창업을 위한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면서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자 배달 앱을 개발하고 있는 신혜은 씨(33)는 SK텔레콤이 지원하는 앱 개발 교육 프로그램인 ‘T아카데미’를 통해 창업에 성공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다 실패했던 신 씨는 지난해 3월까지는 혼자서 e메일 계정도 만들지 못하는 ‘컴맹’이었지만 최근 피자업체 배달 앱 프로젝트를 따내며 단번에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 디자인-공예 등 지원분야 확대 필요


1인 창조기업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품개발과 생산, 마케팅, 재무 등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1인 창조기업이 성공하려면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앱 개발과 같은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 집중되면서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1인 창조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오히려 성공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중소기업청이 1인 창조기업 105개를 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연평균 소득은 2009년 4085만 원에서 지난해 2768만 원으로 1300여만 원이나 감소했다. 그나마 수십억 원씩 수익을 내고 있는 소수의 성공 사례를 제외하면 연간 매출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영세 1인 창조기업도 수두룩하다. 참신한 기술이나 아이디어 없이 누구나 베껴낼 수 있는 부담 없는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1인 창조기업들이 많다 보니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실적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1인 창조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아 창업에 나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많다. 1인 창조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1인 창조기업들이 수도권에만 집중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 1인 창조기업 10개 중 6개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김진수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교수는 “양적인 확대도 중요하지만 창업 이후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모바일 앱 외에 디자인이나 공예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1인 창조기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獨 ‘지원 프로그램’ 실패 사례 ▼
정부 보조금 노려 무작정 창업 나서… 2년 만에 절반이상 다시 실업자로

선진국들은 1인 창조기업을 실업난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를 넘는 청년실업률로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유럽은 1인 창조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활발하다. 하지만 1인 창조기업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났다가 몇 년 뒤 이 기업들이 부실에 빠져 실업률이 다시 늘어나는 부작용을 겪은 나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부터 1인 창조기업 지원에 나섰던 독일. 당시 독일은 서독과 동독의 통일(1990년) 이후 급등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1인 창조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Ich AG(나 홀로 주식회사)’ 제도를 만들었다. 연간소득이 2만5000유로(약 39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창업에 나서면 첫해에는 매달 600유로(약 94만 원), 이듬해에는 매달 360유로(약 56만 원)의 창업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독일에서는 한 해 30만여 명이 창업에 나설 정도로 1인 창조기업 열풍이 불었다. 특히 30, 40대 장기 실업자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이들 가운데 일부가 창업 경험을 살려 재취업에 성공하는 등 1인 창조기업 지원이 취업교육의 역할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의 자금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창업에 나서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살린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없는 실업자들이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무작정 창업에 나섰다가 일부러 단기간에 파산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인 창조기업 지원 2년 뒤인 2005년에는 창업에 나섰던 이들의 절반 이상이 실업자로 되돌아가면서 실업률은 통일 이후 최고치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1인 창조기업의 양적인 확대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희망자를 집중 육성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1인 창조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과 함께 창업 이후 컨설팅도 중요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경쟁력 있는 창업으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제구조개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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