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12억 인도시장 ‘피말리는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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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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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日 경제동반자협정 곧 발효… 수출품 상위 4개품목 겹쳐

축구, 야구 등 스포츠는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은 경제, 산업 전반에서 영원한 경쟁자, 숙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일 두 나라는 이제 12억 인구의 인도시장에서도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가 한발 앞서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으며 우위를 점했지만 일본 역시 2월 16일 ‘일본-인도 CEPA’에 서명한 데 이어 일본 의회의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수출 주력품목 겹쳐


CEPA는 상품 및 서비스 교역, 투자, 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의 협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하지만 FTA가 주로 상품과 서비스에 한정된다면 CEPA는 더 광의(廣義)의 개념이다. 우리나라와 인도 간 CEPA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발효 중이다.

KOTRA는 3일 “한-인도 CEPA를 통해 수입액 기준 한국은 74.5%, 인도는 84.7%의 시장을 개방했는데 이번 일-인도 간 CEPA를 통해 일본은 97%, 인도는 90%를 개방할 계획이어서 더 넓은 교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 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4개 품목이 순위까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기계 및 부품이 1위, 그 다음이 전기기기 및 부품, 철강, 자동차 부품이다. 전체 인도 수출금액 가운데 이들 4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57.1%, 일본은 64.6%다. 피 말리는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무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인도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특히 중국시장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인도의 전자기기 시장은 매년 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벌써 기대로 들썩이는 일본


일본 기업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공작기계 생산으로 유명한 ‘쓰다코마’의 관계자는 “일본에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에 기계 유지 보수 자회사를 설립해 매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소니 측도 “그동안 동남아 지역을 주로 공략해 왔으나, CEPA를 계기로 인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제품 수출뿐 아니라 투자 분야에서도 일본은 내국인 대우, 최혜국 대우 등 우리나라가 1년 전 확보한 유리한 조건들을 대부분 그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번 협정을 통해 인도 최대의 산업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인 ‘델리-뭄바이 산업대동맥 프로젝트(DMIC)’ 참여를 계획하고 있으며, 희토류 공동개발 같은 자원협력사업의 활성화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의 시장 확대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유통망 개선, 전략적 투자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현지 진출기업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2008년 인도에 진출한 락앤락의 정재원 인도법인장은 “인도는 각종 세금과 법체계가 지역마다 다르고 문화도 동남아 지역과는 확연히 달라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접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보다 1년 정도 먼저 인도 시장을 접한 경험을 살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의 노하우와 유통망을 공유하는 형태의 네트워크 확대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단순히 일본보다 인도와의 CEPA를 먼저 체결했다는 데 머물지 말고, 그 내용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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