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VVIP자녀 代이어 특별관리

  • Array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인턴십에 재무교육까지 ‘2세 마케팅’ 붐… 자산관리 넘어 ‘패밀리 케어’로 진화중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아카데미’라는 특별 인턴십 과정을 마련했다. 두 차례 방학 기간 중 대외비로 ‘조용히’ 진행된 이 인턴십 참가자들은 평범한 대학생이 아니었다. 30억 원 이상을 맡긴 초우량고객(VVIP) 자산가 중 기업 오너의 20대 자제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영 관련 강의와 함께 금융현장 실무경험, 중국 상하이 그룹사에서의 연수 등 한 달간 ‘풀 패키지’로 예비 CEO 과정을 체험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이처럼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중심으로 초우량 고객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2세 마케팅’이 한창이다. 금융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를 이어 부를 관리하는’ 패밀리 케어(Family Care)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 VVIP 2세들은 PB센터 1순위 고객


저금리,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전문적 금융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단순한 자산관리의 영역을 넘어 외국처럼 ‘일가 관리’ 개념으로 고액 자산가의 2세를 체계적으로 공략하는 금융자산관리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골프 강습, 와인 강좌, 유학설명회 등으로는 이제 VVIP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 PB들의 얘기다.

‘SNI’ ‘프리미어블루’ 등 VVIP용 PB브랜드를 갖춘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은 올해부터 미래에셋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삼성증권은 가업을 승계할 차세대 오너들에게 본사 인턴십 기회를 주고, 금융시장을 보는 눈과 자산관리법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기관과 제휴해 금융인의 꿈을 가진 2세들에게 인턴 프로그램을 주선한다. 30억∼50억 원 이상 자산가의 자녀가 대상이다. SK증권도 2일 우수고객 자녀 50여 명을 초청해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영리더스포럼’을 개최한다. SK증권 측은 “강연, 연주회 등이 준비돼 있지만 모임의 주된 목적은 ‘차세대 자산가들의 마음을 미리 단속해 놓자’는 것”이라며 “이 같은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2세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해 “부는 결국 세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잡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업”이라고 말했다.

○ 일종의 ‘집사’ 개념으로 진화


‘일가관리’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일선 PB들은 “자산관리가 단순한 재무관리를 넘어 일종의 ‘집사’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산관리 상담뿐 아니라 신변상의 고민, 자녀 혼사 문제 등도 터놓고 상담하는 고액 자산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은주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차장은 “2세와 함께 지점을 방문하는 VVIP 고객이 많다”며 “평소 구축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자제들 간의 미팅을 주선해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국내 PB시장이 일부 자산관리에서 일가 전체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홍배 삼성증권 SNI 코엑스인터컨티넨탈 지점장은 “아버지의 자산을 관리해준 PB보다 일가의 재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은 없다”며 “PB들의 역량,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쌓이면 고객의 일부 자산을 관리하는 것에서 일가 전체 자산을 전문적으로 위임받아 관리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