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日 로밍 고객 무료 문자… KT의 발빠른 서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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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 46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한국인도 함께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일본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물론, 이웃나라에 건너가 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의 안부도 걱정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당일 오후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 성공률은 10% 이하에 그쳤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전화를 하려고 들면 우리의 이동통신망은 이렇게 취약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3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6시 51분. KT에서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KT의 휴대전화를 로밍해 간 고객들에게 단문메시지(SMS)와 장문메시지(LMS),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모두 무료로 해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시간이 더 지난 오후 9시 51분, SK텔레콤도 일본 로밍 고객에게 음성통화 50%, SMS 무료라는 요금 감면계획을 밝혔습니다. 다음 날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같은 정책을 발표했죠. 그러자 궁금해졌습니다. 왜 경쟁사들은 음성통화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주는데 KT는 메시지만 무료로 보내게 했을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취재를 하다가 몰랐던 일을 새로 알게 됐습니다.

그날 오후 KT의 위기대응 부서도 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통신망을 점검하고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데 모든 신경을 쏟았습니다. 대충 상황이 파악된 오후 5시 이후에야 위기대응 부서의 한 실무자가 아이디어를 냈답니다. “통화 연결 자체가 거의 안 되는데 안부를 전하려면 음성통화보다 늦더라도 확실히 전달되는 SMS와 사진을 찍어 보내는 MMS를 맘껏 이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음성통화는 통화량이 폭주하면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SMS나 LMS, MMS 등의 메시지는 통화량이 폭주하면 전송에 걸리는 대기시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전달은 확실히 되니까요.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늦을 수 있어도 아예 통화를 못 하는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라는 거죠.

실무자의 아이디어에 해당 부서장은 곧바로 “그렇게 하자”고 결정했고 최종 결재권자인 표현명 개인고객부문 사장도 망설임 없이 “오케이” 했습니다. 첫 아이디어부터 보도자료 배포까지 걸린 시간은 한 시간 남짓. 보도자료가 나간 뒤 오후 8시 10분에는 KT 담당자가 외교통상부에 부탁해 해외체류 국민에게 보내는 재난 알림 SMS에도 이 요금 감면 내용을 실었습니다. 일본에 있는 고객이 알아야 무료로 쓸 수 있으니까요.

통신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필수적인 인프라를 관리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입니다. 정부가 통신산업에 대한 여러 규제를 여전히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날 KT가 보여준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대응은 많은 사람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경쟁사들도 서둘러 통신요금 감면정책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통신사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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