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수출’ 정부는 안달 은행은 뒷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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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리스크-장기운용 부담에 은행권 대출참여 시큰둥
UAE원전도 미온적 반응

최근 터키와 베트남의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우리나라가 잇달아 고배를 마시면서 정부가 해외플랜트 수출 지원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나 시중은행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27개 금융회사와 플랜트 수출사업을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업무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환리스크, 장기출자에 따른 위험부담 등의 이유로 플랜트 사업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대출 참여에도 시큰둥한 상태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수출입은행이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대출 참여를 요구하진 않은 상태이지만 요청해 오더라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에서 (우리은행에) UAE 원전 대출과 관련해 공식 요청이 없었다”며 “(요청이 오면 참여할 것인지) 조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UAE 원전 수출금융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에서 수출금융에 참여해 달라는 의사 표현도 없었지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UAE 원전 수출금융 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국토해양부와 글로벌 인프라 펀드 4000억 원을 조성해 풍력, 화력, 태양광 등에 투자하려 하고 있지만 UAE 원전 대출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원전 수출금융 참여사업의 경우 조달금리가 높고 기간이 길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전 등 대형 플랜트 수출금융의 필요성은 모든 은행이 알고 있지만 유동성 리스크가 큰 달러를 대거 조달해서 장기로 운용한다는 게 쉽지 않다”라며 “현재로서는 20년, 30년 외화 대출을 해주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의 참여가 없더라도 단독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UAE 원전 수출금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UAE 원전 대출 사업은 수출입은행이 독자적으로 나설 여력이 있다고 해도 유사한 사업이 계속되면 시중은행들의 도움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어 금융감독 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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