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 “L당 50원 싼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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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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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주유소 7개월새 15% 늘어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운전자가 직접 주유해 기름값이 싼 셀프주유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주유소가 0.6% 늘어나는 사이 셀프주유소는 15.3%나 늘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보고에서 고유가 대책으로 셀프주유소와 대형마트 주유소 등 ‘저가형 주유소’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 주유소보다 시설비가 3배나 비싼 셀프주유소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으면 중소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까 봐 고심하고 있다. 셀프주유소의 확산은 시장이 정책보다 앞서가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

○ 7개월 만에 50개나 늘어

9일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26곳이던 전국의 셀프주유소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376곳으로 7개월 만에 50개가 늘었다. 지경부가 전국의 셀프주유소 수를 파악해 집계한 것은 처음이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주유소(셀프주유소 8곳 포함)는 전국에 10곳이다.

셀프주유소와 대형마트 주유소는 전국 전체 주유소가 1만3000여 곳인 데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비중이지만 정부와 주유소 업계는 고유가 바람을 타고 가격이 싼 셀프주유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싼 가격의 주유소를 찾기 때문에 셀프주유소를 신설하거나 기존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셀프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보통휘발유 값이 20∼50원 정도 싸다. 정부 조사 결과 서울 양천구의 한 셀프주유소는 주변 주유소보다 52원 정도 휘발유 값이 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셀프서비스로 운영되는 대형마트 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차이는 더 크다. ○ ‘물가’냐 ‘상생’이냐, 정부의 고민

정부는 최 장관의 국회 보고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셀프주유소를 지원하는 방안은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셀프주유소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정책적인 지원은 필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주유소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전국 광역시 이상 지역에서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 규제를 해제한 것 외에 추가로 규제 완화나 지원 방안은 없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겉으로는 ‘업계의 흐름’에 맡기겠다는 이야기지만 속내에는 자칫 섣부른 지원정책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 분위기에 역행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법 개정 당시 대형마트 주유소 규제 완화를 인구 50만 이상 도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주변 주유소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해 유보했다”며 “대형마트 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유소들이 고사(枯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 주유소보다 많게는 3배가량 시설비용이 더 드는 셀프주유소 역시 대규모 자영업자나 대형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가 많아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정부가 물가와 상생 사이에서 고민하는 와중에도 농협이 9일 기존 정유사보다 가격이 싼 NH-OIL(농협폴) 주유소를 대폭 늘릴 방안을 발표하는 등 ‘민간 차원’의 대응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 농협은 농협폴 주유소를 지난해 222곳에서 올해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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