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8%이상 성장’ 포기, 한국경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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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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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성장률 1%P 하락땐 對中수출 2%P 감소”

중국 정부가 ‘바오바(保八·연 8% 이상 성장률 유지)’ 정책을 폐기하기로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8%대 성장 정책 포기는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바오바 정책 포기는 중국 경제가 저환율-수출 중심 구조에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간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중국 경제를 디딤돌로 삼아 높은 성장세를 이어온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막대한 대중국 무역흑자를 올려왔던 국내 수출기업들이 ‘중국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출-환율 영향 불가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수출국이다. 지난해 한중 교역액(수출액+수입액)은 1884억 달러로 2, 3위 교역국인 일본(925억 달러)과 미국(902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168억 달러로 전체(4664억 달러)의 25.1%를 차지했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이 맡아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만 452억6400만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417억 달러)를 능가할 정도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의 고성장 정책 포기는 한국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거시경제 분석 모델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은 각각 0.38%포인트 감소한다. 특히 대중국 수출은 감소 폭이 2%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국의 고성장 정책 포기는 원화 가치 절상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준다. 중국은 당분간 성장 대신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중국 위안화가 절상될 때마다 대중국 교역 규모가 큰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늘 오름세를 보였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위안화가 1% 절상될 때 원화 가치 역시 0.76% 상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위안화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원화 가치 상승)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물품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 국내 수출기업 전략 수정 불가피

중국의 고성장 정책 포기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과도한 부양 정책으로 중국의 경기 과열 우려가 나오던 만큼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조정해 ‘연착륙’에 성공하면 그동안 국내 경제에 최대 변수로 꼽히던 ‘차이나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의 배경에 내수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는 만큼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저금리 소액신용대출을 내주도록 장려할 정도로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중 수출이 크게 늘어났던 액정표시장치(LCD)와 자동차부품, 석유화학제품 등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국내 기업의 수출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필수적이다. 상당수 국내 수출기업은 싼 인건비를 활용해 중국을 선진국 수출의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중심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이 바뀌면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저임금 생산기지’를 노리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중국이 성장률을 낮춘 것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안정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특히 중국 내수를 겨냥한 국내 수출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니 국내 기업의 중국 전략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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